바람이 태어나는 곳

 

 

        얼마나 많은 길을 걸어야

        한 사람의 인간이 될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바다 위를 날아야

        흰 갈매기는 사막에서 잠들 수 있을까.

         

        얼마나 더 많이 머리 위를 날아야

        포탄은 지상에서 사라질 수 있을까.

         

        친구여, 그 대답은 바람만이 알고 있지.

         

        바람만이 알고 있지.

         

        얼마나 더 고개를 쳐들어야

        사람은 하늘을 볼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귀를 가져야

        타인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죽어야

        너무 많이 죽었음을 깨닫게 될까.

         

        친구여, 그 대답은 바람만이 알고 있지.

        바람만이 알고 있지.

         

        얼마나 오래 그 자리에 서 있어야

        산은 바다가 될까.

         

        얼마나 더 오래 살아야

        사람들이 자유로워질까.

         

        얼마나 더 고개를 돌리고 있어야

        안 보이는 척할 수 있을까.

         

        친구여, 그 대답은 바람만이 알고 있지.

        바람만이 알고 있지.

 

 

 

- 바람만이 알고 있지 / 밥 딜런(Bob Dylan)

 

 

 

 

 

 

 

          1. 여명(黎明)

          2. 비와 무지개의 노래

          3. 아득한 호박(琥珀)색 하늘의 노래

          4. 희망(希望)

          5. 바람의 테마

          6. 흐르는 구름의 노래

          7. 바람이 태어나는 곳

          8. 하늘의 테마

 

 

 

 

전곡(작곡), 피아노 - 가제오 메그르(風緖輪)
노래 - 아오키 유우코 / 리라 - 리라합창대
발매일 - 1998년 5월 10일 (일본) / 1998년 9월 1일 (한국)

 

곡 해설 한국어 번역, 재작성 - 이기애, 김미숙, 김효동(아랑)
사진편성 - 김효동(아랑)

 

 

 

 

    착해지지 않아도 돼.

    참회하며 무릎으로 기어다니지 않아도 돼.

     

    사막 건너 백 마일, 후회 따윈 없어.

    네 몸속에 있는 연약한 동물이

    사랑하는 것을 그냥 사랑하게 내버려두면 돼.

     

    너의 절망을 말해보렴,

    그럼 나의 절망을 말할 테니.

    그러는 사이에도 세상은 돌아가는 거야.

     

    그러는 사이에도 태양과 비의 맑은 자갈들은

    풍경을 가로질러 움직이는 거야.

     

    대초원들과 깊은 숲들,

    강들과 강들 너머까지.

    그러는 사이에도 기러기들은 맑고 푸른 공기 드높이

    다시 집으로 날아가는 거야.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세상은 네가 상상하는대로 너를 초대하고 있어.

     

    기러기들은 꽥꽥거리며 들뜬 목소리로

    너를 소리쳐 부르고 있어.

     

    네가 있어야 할 곳은 이 세상 모든 것들 그 한가운데라고.

 

 

 

- 기러기 / 메리 올리버(Mary Oliver)

 

 

 

 

1. 여명(黎明)

 

봄, 벚꽃색의 이른 아침

 

 

이 곡은 봄날 새벽부터 빛나는 아침까지의 아름다운 하늘의 빛과 그림자를
영화를 찍듯 소리로 전곡한 것입니다.

봄날 여명의 최초의 선율은
아침 빛을 내포하는 가장 깜깜하고 아름다운 어둠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그리고 이 선율은
자고 있는 모든 것들에게 살짝 닿듯이 흐르며 아침 햇살을 이끌어 옵니다.

 

새벽의 어둠과 아침 햇살이 서로 어울어지며

하늘에 나선을 높이 그릴 때,

마침내 피기 시작하는 벚꽃 봉우리로부터

아름다운 복숭아꽃 색 빛이 하늘에 녹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녹은 복숭아 꽃 빛은 하늘 전체에 퍼져가고

새벽의 파란 구름 위에 아름답게 빛납니다.

 

 

 

 

 

        지난밤에 나는

        하늘에서 부드러운 비를 내려

        신이 이 세상을 세탁하고 있음을 보았다.

         

        그리고 아침이 왔을 때

        신이 이 세상을 햇볕에 내걸어

        말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모든 풀줄기 하나

        모든 떨고 있는 나무들을 씻어 놓으셨다.

         

        산에도 비를 뿌리고

        물결 이는 바다에도 비질을 하셨다.

         

        지난밤에 나는

        신이 이 세상을 세탁하고 있음을 보았다.

         

        아, 신이 저 늙은 자작나무의 깨끗한 밑둥처럼

        내 혼의 오점도

        씻어 주지 않으려는지.

 

 

 

- 신이 세상을 세탁하는 것을 나는 보았다 / 윌리엄 스티저

 

 

 

 

2. 비와 무지개 노래

 

 

높은 하늘에서 비가 천천히 내립니다.

이윽고 그 하늘에 무지개가 뜨고,
비에 씻긴 하늘은 한층 더 빛납니다.

천천히 크게 흐르는 구름은 무지개의 그림자를 비치고...
때때로 구름 사이를 빠져 나오는 커다란 바람에...
무지개는 사르르 부서집니다.

그때 부서지는 무지개의 빛은,
일곱 색깔의 비가 되어 내리고...
이렇게 천천히 진행되는 움직임은 영원히 계속 반복됩니다.

 

 

태어나자마자, 아름답게 빛을 발하고는 이내 사라져가는 무지개...

그 짧은 순간에
삶의 모든 것을 걸고 있는 힘껏 부르는 아름다운 무지개의 노래입니다.

 

 

 

 

 

3. 아득한 호박(琥珀)색 하늘의 노래
   (종산초원의 바람이 기억하고 있던 종산초원의 아주 오래전의 하늘의 노래)

 

 

북쪽 지방의 늦은 봄...
봄을 맞아 눈이 녹아내리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눈 녹은 물은 아름답게 빛나며,
메말랐던 풀의 언덕을 반짝이는 생명으로 적시며 힘차게 달려나갑니다.

그 초원 위로는 구름이 그림자를 비추며 흘러가고...
멀리서 녹아내리는 눈과 반짝이는 산은, 초원과 함께 봄의 빛을 더해갑니다.

그때, 구름, 산, 초원...
그 모든 생명들이 모두 함께 봄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고,
그 노래는 초원을 휘돌아 높이 퍼져나가며
호박색으로 봄의 하늘을 물들여 갑니다.

이 노래는 그 순간의 노래로서,
우리들을 먼 기억 속의 아름다운 하늘로 이끌고 있습니다.

바람이 전해준 노래로서
바람이 기억하고 있던 종산초원의 아주 오래전의 하늘의 노래입니다.

 

 

 

 

       

      나무꾼이여, 그 나무를 자르지 말라.

      그 가지에 손대지 말라.

       

      그 나무는 어린 나를 보호해 주었다.

      그러니 이번에는 내가 보호해야 한다.

      그 나무는 나의 할아버지의 손으로

      할아버지 집 근처에 심었던 나무다.

      그러니 나무꾼이여, 그 나무는 그대로 두라.

      도끼로 상처를 내서는 안 된다.

      그 오래된 나무가 지니고 있는 기품과 명성이

      세상에 널리 전해지고 있는데

      그대는 그것을 잘라 넘어뜨리려 하는가.

       

      나무꾼이여, 도끼질은 잠시 거두라.

      대지와 연결된 끈을 끊지 말라.

      그 떡갈나무 고목만은

      하늘에 솟아 있는 그 나무만은 그대로 두라.

      내가 아직 어렸을 무렵

      그 나무에서 고마운 그늘을 찾았고

      누이동생들 역시 여기서 놀았었다.

      어머니가 입맞춤해 준 곳도 여기요,

      아버지가 나의 손을 힘껏 잡으며......

      어리석게도 옛날 일을 생각하며 나는 눈물 흘린다.

       

      어쨌든 그 떡갈나무만은 그대로 두라.

      내 마음은 나무껍질처럼

      옛 친구여, 너와 하나가 되어 있다.

      세상의 모든 새들을 불러 네 가지에 앉게 하고

      그들로 하여금 여기서 노래하게 하자.

      오래된 떡갈나무여, 계속 용감하게 바람과 맞서라.

       

      그리고 나무꾼이여, 거기서 떠나라.

      내 구원의 손길이 있는 한

      그대의 도끼에 나무가 상처입게 하지는 않으리라.

 

 

 

- 나무꾼이여, 그 나무를 자르지 말라 / 조지 모리스(George Morris)

 

 

 

 

4. 희망(希望)

 

현재 지구의 좋지 못한 자연환경은 모두가 알고 있는 그대로입니다.

그러나 식물은 마르고 썩어 완전히 죽어 없어질 그 때까지
기도하듯 치유의 노래를 부릅니다.

많은 식물들이 그렇게 없어져 가는 중에서
마침내 한 그루의 나무가 매말라 죽고 말았습니다.

 

이 나무는 마치 자연을 상징하는 것처럼 크고 우람한 나무였습니다.

이 나무도 다른 식물들과 마찬가지로,
최후의 최후까지 치유의 노래를 계속 불렀습니다.

이 곡은 그 나무가 불렀던 최후의 노래를 옮겨온 것입니다.

 

그 강하고 숭고한 기도와 같은 노래 소리는 바람처럼 흘러서...

하늘로... 하늘로... 사라져 갔습니다.

 

 

 

 

          조용한 은빛의 새벽 빛에

          별의 그림자가 흔들린다

          넘쳐오는 노래를 안고

          멀리 흘러가는 바람이여

           

          산들바람이 부는 하늘을 넘어

          하늘 구석구석 어디까지든지

          흘러넘치는 빛을 받아서

          아득한 그대에게

          아득한 그대에게

           

          일곱 색깔로 빛나는 비는

          가만히 부드럽게 모두를 적신다

          그 화려함을 숨기고

          멀리 흘러가는 바람이여

           

          산들바람이 부는 하늘을 넘어

          하늘 구석구석 어디까지든지

          흘러넘치는 빛을 받아서

          아득한 그대에게

          아득한 그대에게

           

          조용히 빛은 채워져

          흔들리는 은빛의 원을 그린다

          그리고 가는 바람이여

          나의 이 노래를 전해다오

          끝없이 높은 하늘이여

          멀리 흘러가는 그 바람이여

          채워져 가는 노래를 가득 받아서

          이 노래를 전해다오

          어디든지 울려 퍼지듯이

          이 노래를 전해다오

 

 

 

- 희망(希望) / 가제오 메그르(風緖輪)

 

 

 

 

 

          나뭇잎을 스치며

          이상한 피리 소리를 내는

          친구 바람이여

           

          잔잔한 바다를 일으켜

          파도 속에 숨어 버리는

          친구 바람이여

           

          나의 땀을 식혀주고

          나의 졸음을 깨우려고

          때로는 바쁘게 달려오는

          친구 바람이여

           

          얼굴이 없어도

          항상 살아 있고

          내가 잊고 있어도

          내 곁에 먼저 와 있는 너를

          나는 오늘 다시 알았단다

           

          잊을 수 없는 친구처럼

          나를 흔드는 그리움이

          바로 너였음을

          다시 알았단다

 

 

 

- 친구 바람에게 / 이해인 수녀

 

 

 

 

5. 바람의 테마

 

 

이 곡은 ‘바람에서 본 하늘’의 곡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 곡은 “만약 내가 바람이 될 수 있다면 어떻게 하늘을 느낄까”
하고 생각하며 들으시면 더욱 좋습니다.

이 바람은 우리들이 가까이에서 느끼는 바람이라기보다
더 크고 약동적인 ‘하늘에 사는 바람’ 입니다.

하늘을 물결치며 상승해 가고 두꺼운 구름을 빠져 나와

높은 하늘을 흐르는 또 하나의 바람과 만나는...

그런 곡이기도 합니다.

 

 

 

 

 

6. 흐르는 구름의 노래

 

 

이 곡은 한결같이 흐르는
구름의 불가사의하고도 아름다운 움직임을 그대로 전곡한 것입니다.

 

구름은 바람과 빛과 비 등과 서로 연결되어
독특한 리듬으로 움직이며
하늘을 비추고 어떤 색으로도 물듭니다.

이 부서질 것 같은 아름다움이 하늘에 한층 반짝임을 줍니다.

 

 

그렇게 빛을 발하며 오직 한 마음으로 흘러가는 구름.

이 곡은 차원이 다른 구름의 세계로 우리들을 이끌어 줍니다.

 

 

 

 

 

        내 무덤 앞에 서지 마세요

        그리고 풀도 깎지 마세요

         

        나는 그곳에 없답니다

        나는 그곳에 잠들어 있지 않아요

         

         

        나는 불어대는 천 개의 바람입니다

        나는 흰 눈 위의 다이아몬드 반짝임입니다

         

        나는 익은 곡식 위를 내려 쪼이는

        태양 빛입니다

         

        나는 당신께서 고요한 아침에 깨어나실 때에

        내리는 점잖은 가을비입니다

         

        나는 원을 돌며 나는

        새들을 받쳐주는 날쌘 하늘 자락입니다

         

        나는 무덤 앞에 빛나는 부드러운 별빛입니다

         

        내 무덤 앞에 서지 마세요

        그리고 울지 마세요

         

        나는 그곳에 없답니다

        나는 죽지 않았답니다.

 

 

 

- 나는 천개의 바람 / 어느 인디언의 시

 

 

 

 

7. 바람이 태어나는 곳

 

 

하늘에는 어떤 때
파문과 같이 구름이 퍼지고 바람이 태어나는 곳이 생깁니다.

그 장소는 크게 나선을 그리며
하늘로 퍼져가 구름의 알맹이와 비.
달과 별의 빛 등이 빨려 들어갑니다.

그 나선은 때때로 빛나면서 크게 물결치며
새로운 바람을 하늘로 보냅니다.

 

 

그 광경은 숭고한 생명의 탄생과도 닮아
하늘의 신비스럽고 장엄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합니다.

 

 

 

 

 

8. 하늘의 테마

 

 

이 ‘하늘’의 곡을 전곡할 때 부딪친 의문이 ‘하늘’이란 무엇인가’라는 것이었습니다. 바람이나 구름의 곡은 전곡할 수 있어도 ‘하늘’의 전곡은 아무리 해도 할 수 없었습니다.

어느날 언제나처럼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가 갑자기 알게 되었습니다.
하늘은 처음부터 어디에도 없었던 것입니다.
있는 것은 지상에서 우주로 계속 되는 끝없는 공간이며
하늘이라고 할 수 있는 특정한 영역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분명히 바람이 왔다갔다하고 구름이 흘러 다니는 공간이 있습니다.
저는 거기를 공간으로서의 ‘하늘’로 하기로 했습니다.

 

 

그러자 그 ‘하늘’속에서 빗방울과 달의 은색 빛,
그리고 푸른 구름의 단편 등 여러 가지가 녹아 서로 어울려
‘하늘’을 만들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곡은 이렇게 크게 서로 어울려 있는 ‘하늘’의 한 단면입니다.

그리고 이 어울림이
하늘을 지탱하고 바람을 낳으며 비에 반짝이고 있는 것입니다.

 

 

 

 

* 가제오 메그르(風緖輪)의 자연음악 * Nature Music of Kazeo Meguru *
*
아랑(芽朗) * nature_music@daum.net * http://Lyr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