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부르다

원문작성 : 야마노 아유미 / 원문출처 : 책 자연음악 中 / 수정 : 아랑(芽朗)

 

 

      한 곡의 노래가 순간에 활기를 불어 넣을 수 있다.

      한 송이 꽃이 꿈을 일깨울 수 있다.

      한 그루 나무가 숲의 시작일 수 있고

      한 마리 새가 봄을 알릴 수 있다.

      한 번의 악수가 영혼에 기운을 줄 수 있다.

      한 개의 별이 바다에서 배를 인도할 수 있다.

      한 줄기 햇살이 방을 비출 수 있다.

      한 자루의 촛불이 어둠을 몰아낼 수 있고

      한 번의 웃음이 우울함을 날려 보낼 수 있다.

      한 걸음이 모든 여행의 시작이다.

      한 단어가 모든 기도의 시작이다.

      한 가지 희망이 당신의 정신을 새롭게 하고

      한 번의 손길이 당신의 마음을 보여 줄 수 있다.

      한 사람의 가슴이 무엇이 진실인가를 알 수 있고

      한 사람의 인생이 세상에 차이를 가져다 줄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당신에게 달린 일이다.

 

 

 

- 당신에게 달린 일 / 작자 미상, 틱낫한(Nhat Hanh, Thich) 스님 제공

 

노래에는 각각 독특한 파동이 있고, 자연계의 높은 파동을 가진 노래를 부르면 부르는 사람은 물론 듣는 사람도 치유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나도 불러보자고 마음먹고 ‘자연의 노래를 부르는 모임’ 에 참가하기로 했습니다.

2시간 정도의 모임 시간 속에서 마치 세속을 떠나 자연 속에서 깊은 명상을 한 것 같이 무척 감동적인 체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은 몸과 마음을 새롭게 한 자연음악 체험 기록입니다.

 

 

   음(音) 속에 생명이 있다

자연의 높은 파동이 나오도록 부르지 않으면 자연 음악이 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나 같은 사람도 자연음악을 부를 수 있을까 하는 약간 불안한 기분으로 음악실에 갔다.

그날의 테마는 ‘고향’ 이었다.
지휘는 아주 온화해 보이는 ‘아오키 유키코’ 씨가 했다.

아오키 씨의 지도는 뭔가 독특한 느낌이 들었다. 목소리를 내서 노래를 부르는 일이었지만, 왠지 정신적인 분위기가 감도는 것 같았다.

“자연 음악은 누구나 부를 수 있습니다.”

“음 하나 하나가 생명의 흐름입니다.”

“음 속에 꽃의 생명과 바람의 생명이 들어 있다고 생각하며 한 음, 한 음 소중히 불러주세요.”

“마치 노래는 주인이며 우리들은 하인이라는 기분으로 불러주세요.”

“그정도로 최대한 노래의 생명을 살리지 않으면 안 됩니다.”

 

노래가 주인님이라니! 말도 안되는 느낌이다.
하지만 한 음, 한 음을 소중히 하라는 말로서 이해할 듯 했다. 그래서 ‘마음을 가다듬어 정중하게 발성하자. 소중히 소중히 부르자’고 다짐했다.

 

“우리들은 악기입니다. 속을 텅 비우세요.”

“음과 말은 일체입니다. 음은 말로도 되고 음으로도 됩니다.”

“노래에 더 봉사해 주세요, 자신을 모두 버리세요.”

“자신을 버리고 노래와 하나가 되세요”

“이 세상 모든 것을 다 버리고,
단지 노래와 자신 그 둘만 존재면서 하나가 되어가세요”

 

그렇다! 부끄럽다고 생각하거나 잘 부르려고 해서는 안 된다.
알 것 같은 기분이다. 하지만 가르치는 대로 열심히 하려고 하지만 어렵다.

‘머리 전체가 울리게’ 라든가,
‘목에 힘을 주지말고’ 라는 가장 초보적인 것조차 어려운데...
‘직접 꽃을 만지듯이’ 부르라니...

그런 섬세한 마음을 지금 갑자기 만들 수 없다.

그러나 될 수 있는 한 해보자.
다른 사람들도 시작할 때와는 달리 점점 진지한 표정이다.

온화함 속에서도 굉장한 진지함이 흐르고 있음을 느낀다.

 

- 토끼풀(clover) -

 

 

 

음의 내용은 무한히 깊다

 

“노래는 파동입니다. 음으로도 되고 이런 모양으로도 됩니다.”

아오키 씨가 이렇게 말하면서 나누어준 악보를 보니까 뭔가 희한한 선이 오선지 윗부분에 그려져 있다.  ‘기’의 흐름을 나타낸 것일까?
그것은 ‘음’으로도 되고 ‘색’으로도 되고 ‘말’로도 된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보이지 않게 흐르는 것이 ‘에너지’ 다른말로 ‘기(氣)’라고 한다.

“음은 정말 불가사의 합니다” 라는 아오키 씨의 말을 기다릴 것도 없이 참가자 모두 ‘불가사의하다’고 느꼈다. 이 전대미문의 보이지 않는 음을 기호처럼 표시한 악보를 각자가 열심히 보고 있다.

그리고 이 ‘기’ 의 흐름을 각자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흐름을 부르는 것이다.

“귀에 들리는 음은 말하자면 육체 같은 것입니다.
하지만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고, 깊은 마음의 세계가 모든 사람에게 있듯이, 음 뒤에는 아주 깊은 무언가가 있습니다.”

“이 곡은 이런 모양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내용의 깊이를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 20명 있으면 20명 모두 다른 노래가 됩니다.
그러니까 이 모양을 소중히 불러주세요.
하지만 귀에 들리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정말 어렵구나. 그래봤자 음, 그래봤자 노래는 아니다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깊은 세계다. 들리지 않는 음을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부른단 말인가.
이런 어려운 문제를 앞에 두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연 음악을 부르고자 하는 우리들을 아오키 씨는 참을성 있게 지도해 준다.
우리들은 겨우 아장아장 걷는 어린애 같은 기분이다.

 

“중요한 것은 호흡입니다.”
“물질과 정신을 연결하는 것은 호흡입니다.”
“호흡을 일정하게, 단전도 의식하면서,
화합하는 기분으로, 목소리가 아닌 곳에서, 속에서.”

 

호흡을 실마리로 들리지 않는 음을 찾아간다.

‘마음을 해방시키세요’

라는 말을 듣고 마음을 비우고, 유순하게 되어, 하나의 음과 하나의 말을 소중히 부르면, 마음은 맑고 깨끗한 생각으로 가득차 해방된 기분이 든다.
옆에 있는 아줌마는 큰 목소리로 마음을 모아 부르고 있다.
저쪽에 있는 소박하게 생긴 청년도 아주 상쾌하게 보인다)

 

 

 

꽃과 일체가 되다

 

아오키 씨는 귀여운 노란 꽃이 핀 화분을 가지고 왔다.
그리고 그것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돌려가며 보게 했다.

“이 꽃하고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말로가 아니라.”
“꽃에 맞게 기분을 맞추고 다른 장소에서 부르는 거예요.”

한 사람씩 ‘고향’ 을 불러보았다. 처음에는 그대로 부르고 다음에는 꽃 화분을 들고 꽃을 보면서 부르자 놀랄 정도로 노래가 다르게 들렸다.
꽃을 들고 있으니 아주 온화하고 부드럽고 따뜻해졌다.
노래를 잘 부르고 못 부르고의 문제가 아니라 감촉이 전혀 달라졌다.

“꽃을 들고 노래하면 변합니다. 꽃이 가르쳐주고 인도해 주니까요.”

그렇다고 이것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자연음악은 이런 것이 아니다.

“음만 불러서도 안 됩니다. 파동이 나오지 않으면 안 돼요.”

“이제까지의 ‘자아’ 가 남아 있으면 안 돼요.
마음이 깨끗한 사람이 잘 부릅니다. 아이들은 금방 부를 수 있어요.
기술이 아니라 마음, 깨끗함이 중요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연과의 교류입니다.
교류가 안 되면 절대로 부를 수 없습니다.”

“생명을 느끼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교류할 수 있는가,
애정을 쏟으면 꽃의 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꽃이나 정원에 있는 나무에게 말을 걸어 꽃과 나무들과 친구가 되는 거예요.”

“ ‘안녕, 고마워’ 라고 말을 걸면 정말로 세계가 변합니다.
다른 세계가 나타납니다.”

“생명이 느껴지고, 들리고, 보이게 됩니다.”

 

그렇다.
나도 말을 걸자 집에 있는 꽃 그리고 길가에 있는 나무에게.
그러면 나도 할 수 있다.

오늘부터라도 할 수 있다.
꽃과 나무와 친구가 되어 마음을 교류하면 자연 음악을 부를 수 있게 된다.

오늘은 왜 이렇게 성실하고 유순하게 되었을까? 아마 주위가 모두 그런 기분에 휩싸여 있어 그 기분이 전염되었는지도 모른다.

 

 

 

치유의 노래

 

“치유의 노래는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식물의 노래에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식물의 노래가 들린다고 하는 사람이 종종 있지만 그 사람의 깊이나 파동의 높이만큼만 식물의 노래를 알 수 있을 뿐입니다.”

“치유의 노래는 가장 깊고 높은 파동입니다.”

 

아오키 씨는 ‘사과나무의 노래’ 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사과나무가 일생을 보내는 동안 쭉 부르는 치유의 노래가 이 노래인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핀 꽃을 지게 함으로써 ‘결실’ 이라는 목적을 이룬다고 한다.
자기희생의 사랑은 생명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가슴이 찡해지는 감동적인 이야기다. 이제까지 아무 생각 없이 꺾고 밟았던 잡초 역시 똑같은 생명의 드라마를 연출하고 치유의 노래를 부른다는 사실을 느끼자 왠지 마음이 뭉클해진다.

 

아오키 씨가 “고향 은 어떤 노래라고 생각합니까?” 라고 묻자, 몇 명이 느낀 대로 이야기한다.

“뭐라고 할까. 옛날의 깨끗했던 자연,
반짝반짝 빛나던 자연 같은 느낌입니다.”

“옛날의 지구라고 할까,
지금부터 만들어야 하는 더러움 없는 지구라는 느낌입니다.”

그렇다. 고향은 우리들 인간에게 지구 자체이다. 그러니까 몹시 그립고 왠지 가슴이 뭉클해진다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했다.

“이 ‘고향’ 이란 노래는 모든 사람의 고향인 동시에 더러움 없는 대자연, 즉 지구의 노래입니다.”

 

아오키 씨의 말을 듣고 다시 한 번 1번부터 3번까지 부르고 나자 가슴에 깊숙히 파고든다고 할까 마음에 스며드는 무언가를 느꼈다 집에 가서도 지금 부른 것처럼 ‘고향’ 을 부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멋진 세계를 들여다본 귀중한 체험을 했다. 자연음악의 세계가 이 한순간에 내 속에 펼쳐진 기분이 들었다.

세계는 생명으로 충만하다.
더러움 없는 생명, 빛나는 생명을 느끼고 생명과 더불어 산다.
자연음악을 부르면 세계가 정말로 빛나는 세계로 변할는지도 모른다.

 

 

 

 

* 가제오 메그르(風緖輪)의 자연음악 * Nature Music of Kazeo Megur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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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랑(芽朗) * nature_music@daum.net * http://Lyr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