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꽤나 차가워졌네요.
마당에 아름다운 빛깔로 피어 있는
한련화랑, 늦게 핀 장미꽃들이 이 추위를 어찌 견딜지
걱정이네요.
우리집 지킴이인 능청스런  백구 장군이랑,
탐스러운 흰 여우꼬리를 가진 잡종견 꽁지가
금년 겨울도 잘 버텨주었으면 해요.
벚나무랑, 매화나무도
이 겨울을 잘 견디고
내년에 또 아름다운 향기와 자태로
우리에게 사랑을 얘기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오늘 또하나  좋은 시 한 편을 소개해볼까 해요.

             매화

창가에 놓아둔 분재에서
오늘 비로소 벙그는 꽃 한 송이

뭐라고 하시는지

다만 그윽한 향기를 사방으로 여네

이쪽 길인가요?

아직 추운 하늘문을 열면

햇살이 찬바람에 떨며 앞서가고

어디쯤에 당신은 중얼거리시나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씀하나가

매화꽃으로 피었네요.

매화꽃으로 피었네요.

이 쪽 길이 맞나요?

한광구(1944~) '매화'


꽃은 왜 피는가. 그 생물학적 해답은 물론 씨앗을 맺어 종족을 퍼뜨리기 위함일 것
이다. 그러나 꼭 그런 것일까. '아마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 고 생각한다면
그는 벌써 현실의 세계를 벗어나 시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는 사람이다.

이 시의 시인은 꽃이란 우주가 들려주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우주도 인간처럼 무언
가 꽃이라는 상징으로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와 같은 상상력에선 꽃의 향기
는 또한 음성에 해당할지도 모른다. 여러분도 귀를 기울여 꽃의 말을 한 번 들어보
라. 혹시 당신이 걸어가는 인생의 길이 잘못된 것이라고 질책하고 있지는 않는가.

(오세영-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