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른 시인이 될 수 없음을 안다.

풀잎과 마주앉아서 서로 마음 비추고

남들은 들을 수 없는 그런 이야기로

함께 꿈꾸며

별을 바라 밤을 지새는

시인이면 족하여라.

그것만으로 세상을 사랑한다.

그와 내가 둘이서

눈동자와 귀를 서로의 가슴에 묻고

사랑의 뿌리까지 영롱히 빛내며

저 하늘 우주의 울림을

들으면 된다.

세상의 신비를 들으면 된다.

그의 떨림으로 나의 존재가 떨리는

그의 눈빛 속에 내가 꽃 피어나는

그것밖에는 더 소용이 없다.

그렇게 별까지 가면 된다.


이성선  "외로운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