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다가오는 것은 무엇이든지 자연스럽게 노래의 날개를 타고 오는 것처럼 하세요♡ - 대지의 천사 -
우리가 물이 되어
강은교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한다.
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
세상에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
만리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
푸시시 푸시시 불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
올 때는 인적 그친
넓고 깨끗한 하늘로 오라.
----* 내일은(아니, 오늘이군요) 개천절. 마음이 넓어지고 맘껏 여유를 부리고 싶어서인지 잠이 안 오네요.
그래서 여러 님들께 제가 좋아하는 강은교님의 멋진 시를 올리옵니다...
형옥님께서 올려주신 '들길 따라서'를 듣고 있는데, 들어도 들어도 물리지가 않네요. 역시 저는 들길이란 닉네임을 잘 지은 것 같아여..^^
아랑님께서두 이 시간에 자연음악 대신 가요를 듣는다고 설마 섭섭해 하지는 않으시겠지요? ㅋㅋ
어제는 산에 갔다왔는데
오늘은 들길을 하염없이 걷고 싶군요.
들길은 해질무렵이 딱인것 같아요.
제가 사는 곳 가까이 "놀뫼"(노을이 지는 언덕)라는 동내가 있는데 석양이 질때
가보면 그 들판이 물들어 모든것이 황홀하게 보여요.
제가 생각해보아도 역시 들길이라는 닉네임이 "왔다"군요.
즐겁고 좋은 "왔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