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은 늘 열릴 준비가 되어있지요.
그리고 의도적으로 하루에 서너시간 쯤은 열어 놓아야
공기가 순환하여 좋은것 아닌가요.
자 ~
2003.11.27 18:29:32
들길
옛 문고리
-전 병 호-
띄엄띄엄 놓여 있는 주춧돌을
따라 걸으면
내 마음 속에는 어느 새
파란 하늘을 인 단정한 지붕이 떠올라 온다.
옛날 이 동헌에서 살았을 원님.
어린 백성 보살피느라
깊은 밤 잠 못 이루고
별빛 뜨락을 걸으셨을 원님.
나도 뒷짐지고 걸어보다가
주춧돌 밑에서 주운
이 녹슨 문고리.
금수강산이 불길에 휩싸이고
이 관아도 불타 올랐을 때
수백 년을 캄캄한 흙 속에서 잠들었다가
오늘 내 손에 들어온
역사의 문고리.
흙 털고 탕탕 두드리고
두터운 녹을 벗겨내자
쇠의 말간 속살에서
감춰졌던 옛날의 파란 하늘이 비쳐 보인다.
문고리를 정성껏 닦고 있자니
나라 지킬 생각으로 밤낮 드나들던
원님의 손자국도 조금 묻어나는 듯하고
불기운이 아직 남아있는 듯해서
내 손이 점점 더워져 온다.
옛 동헌터에서 주운
문고리를 잡으면
역사의 큰 대문이 삐걱거리며 열린다.
2003.11.27 22:24:30
고형옥
눈만 뜨면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종일토록 노는 아기 가 있답니다.
문이란 문은 어떻게 생겼든 무슨 색깔이든 다 좋아합니다.
씽크대 문도 좋아하고 약장 문도 좋아하고 책장 문도 좋아하고 목욕실 문도 좋아하고
냉장고 문도 좋아합니다.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고 다시 닫고는 또 열어보고.......
문 고리를 잡고 수도없이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저를 안고 있는 할매 팔 떨어지게 힘든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싫증도 안내고 놉니다.
제 외손자 아침방글점심깔깔저녁빙그레 (승규)가 바로 그 녀석입니다.
녀석이 좋은 장난감 다 놓아두고
왜 그렇게 문에 관심을 갖는지 모르겠습니다.
............................
이 녀석, 요새도 자연음악을 들으며 무럭무럭 잘 크고 있답니다.
며칠 전에 돌잔치도 잘 했답니다.
잔칫상에서 만원권 지폐와 연필을 집었답니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돈과 명예를 동시에 탐하는군" 했습니다. ㅠㅠㅠ
그런데 녀석이 잠 들기 전에는 꼭
'바람 빛나는 숲속의 노래'를 틀어야 합니다.
졸음기가 있을 때 음악이 나오면 고요히 명상하는 표정을 지으며
솔솔 꿈나라로 갑니다. 아주 행복한 표정이지요.
승규가 태어나고 나서
저는 '할머니'라는 이름의 세계로 들어섰습니다.
처음에는 그 이름이 낯설고 반갑지 않았습니다. (으악! 이젠 할머니가 되었구나! ㅜㅜㅜㅠㅠㅠ;;;;)
그런데 막상 문을 열고 들어서보니 거기에 아직 몰랐던 새로운 행복의 세계가 있었습니다.
새로운 세계에서 새로운 빛의 축복을 기쁘고 행복하게 받습니다.
여러분 새로운 문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2003.11.28 00:51:34
안 미향
♡당신에게 다가오는 것은 무엇이든지 자연스럽게 노래의 날개를 타고 오는 것처럼 하세요♡
어찌나 오래된 기억인지요.....
따스한 계절이되면 물을 뿌려 헌 창호지를 뜯어내고 새하얀 창호지로 갈아 붙였지요.
할머니께서 책갈피에 끼워둔 잎사귀를 가져오라 하시면
창호지 사이에 그 이파리들을 끼워 무늬도 만들구요.....
처음엔 풀이 마르지않아 쭈글쭈글 하지만 햇빛에 조금만 두면 어느새 빳빳한 종이문이 되지요.
새끼 손가락에 침을 발라 조금씩 조금씩 구멍을 내서 밖을 바라보다
할머니께 발바닥을 많이도 맞기도 했지요^^
밤이면 그 구멍으로 달빛도 들어온것같아요~~~ 이젠...그런집이 있을까요?......그리워집니다.
할머니란 이름의 문에 들어가고 보니 새로운 빛과 축복임을 아셨다는 님의 말씀이
참으로 행복하게 들립니다..... 그리고 제가 불효녀란 생각도.....
노처녀인 딸을둔 엄마께 늘 그랬거든요
" 아직 할머니 소리 듣지 않으니 이런 효도가 어딨어요? " 라고.... 농담이었지만,
님의 글을 읽고나니... 또 다른 세계를 모르고 있는 엄마에게 왠지 죄송해지는군요^^
새로운 세계로 마음의 문을 활짝 ~ ~ ~ ~ ~ ~
승규의 고요히 명상하는 표정.... 보고싶네요~~~~~! 짜슥! 물어주고 싶구만!
2003.11.29 09:36:46
초이
♡당신에게 다가오는 것은 무엇이든지 자연스럽게 노래의 날개를 타고 오는 것처럼 하세요♡
멋진 문의 모습과 윗분들의 글을 보고 있으니 가슴에 훈훈한(?) 파동이 온답니다..
감사합니다.
2003.11.29 12:10:33
성아
♡당신에게 다가오는 것은 무엇이든지 자연스럽게 노래의 날개를 타고 오는 것처럼 하세요♡
제 앞에는 문이 있습니다.
이미 그 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갔는데
누가 떠밀어 들어선것이 아닌데
제가 가겠다고
그렇게 우겨서 들어갔는데
저는 한 발짝 한발짝..나아가는 것이 두려운가 봅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 있을 새로운 문조차 보지 않으려고 합니다.
지금 제가 서 있는 곳에 행복이 있는데
매일 "새로운 세계 새로운 빛의 축복"을 받고 있는데..
2003.11.29 20:38:47
고형옥
미향님,
저도 찢어진 창호지 구멍으로 하염없이 달빛을 바라보던 기억이 있어요.
일부러 찢어진 구멍을 그대로 두고 매일 밤 달빛을 바라보곤 했었죠.
그 작은 구멍으로 달도 보이고 별도 보이고 밤하늘에 흐르는 구름도 보이는 것이 좋았어요.
밤하늘로 통하는 그 작은 구멍이 숨막힐 듯 힘들던 제 이십대를 무난히 건너가게 해 주었던 것 같아요.
글구 우리 승규가 고요히 명상하는 표정 보고 싶다고 하셨죠?
근데요, 우리 승규가 가장 명상하는 표정을 잘 지을 때는요,
(죄송하지만) '응가'나 '쉬야'를 하기 바로 직전이에요. ㅎㅎㅎㅎ
고요히 의념을 하단전에 집중하고는....... ...., 짐작이 가시나요?
어쿠 죄송해라, 오늘도 이 할매가 또 손주 얘기 했군요. 여러분들 식상하시겠네요.
앞으로는 좀 자제하겠슴당.
2003.11.29 21:24:17
beat
♡당신에게 다가오는 것은 무엇이든지 자연스럽게 노래의 날개를 타고 오는 것처럼 하세요♡
요즘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가 유난히 마음에 와닿아요. 승규이야기도요.
그래서 더더욱 관심이 간답니다. 아이들 이야기 많이 해주세요.
2003.11.30 16:13:09
들길
♡당신에게 다가오는 것은 무엇이든지 자연스럽게 노래의 날개를 타고 오는 것처럼 하세요♡
저 역시도 겨울이 오기전 가을이면 문짝을 마당에 내다놓고 문창호지를 새로 바르시던 할머니 생각이 납니다....왜 그런지 제 머릿 속에는 입안에 물을 가득 품어 종이 위에 뿌리시던 모습만이 남아 있습니다... 헌 창호지를 뜯기 위해서였을까요? 아니면 발라진 창호지를 쫙 펴기 위해서였을까요? 아무튼 해마다 문고리 근처에 새로 압화된 코스모스를 바라보며 겨울을 무사히 맞이하곤 하던 기억이...유리로 된 문구멍 밖으로는 하얀 눈이 내려 쌓이고...바람은 참 매서웠지만 따뜻한 아랫목에 앉아 오순도순 겨울을 보내던 우리 식구들....많이 그리워져요...
아, 그리구요...음악이 사진과 너무나 어울리네요...장엄하기도 하고 애절하기도 하고....무척 좋아요.
참,,, 형옥님께서 젊으신 이유가 많은 부분 승규 덕분인 걸 인정하시죠?
무럭무럭 자라는 승규의 기를 듬뿍 받으시므로 늘 힘이 나시고 즐거우실 수 밖에요...*^____^*
그것은 하느님 제일 싫어 하는 것이지요.
문은 늘 열릴 준비가 되어있지요.
그리고 의도적으로 하루에 서너시간 쯤은 열어 놓아야
공기가 순환하여 좋은것 아닌가요.
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