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다가오는 것은 무엇이든지 자연스럽게 노래의 날개를 타고 오는 것처럼 하세요♡ - 대지의 천사 -
- 박남주 -

담집 마당에
맨들맨들 깎은 머리
눈빛만 빛나는
누군가
흙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삶의 바닥에 철버덕 주저앉아
적갈색 흙을 매만지며
몸속에서 노랫가락을 끌어올리고 있다
머릿속 출렁이는 바다에서는 장조의 높은 가락이
가슴 밑바닥에서는 단조의 잔잔한 낮은 가락이
흐느끼며 때로는 기쁨에 몸을 떨며 밖으로 빠져나온다

나는 그 소리에 귀를 귀울인다
어쩌면 일찍이 내가 마음속 깊이 꿈꾸었을지도 모르는
어쩌면 먼 옛날부터 내 가슴 밑바닥에 살아있었는지도 모르는
그 노래는 또다른 나의 목소리다
낯선 이의 모습으로 나타나 말없이 바라보는가 하면
때로는 훈훈한 입김으로 감싸주기도 하는
나의 뒷모습이다

그의 작은 어깨에 햇살이 얹혀 있다
만질수록 몸집이 커지는
볼수록 무지개빛 무늬가 사방에 그려지는 햇살
나는 이 햇살이 언제까지고 이 곳에 머물러 있으리라는 걸 안다
함께 웃음과 기쁨을 나누어 가지며
손안에 쥔 붉은 흙의 동그라미가
언젠가는 저 높은 하늘로 솟구쳐오르리라는 걸
굳게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