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막연하게 시작했는데, 

오늘 꽃을 만들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

 

'생각보다 훨씬 시간이 많이 걸릴것 같다' 

 

오래전 부터 간간히 만들어서 사용했었지만,

이번처럼 이렇게 대량으로 만들려고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이곳에 오기 전에는 반쯤 시골에서 몇년 살았었지.

그러다 6년 전에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하면서,

반년 안에 이곳을 떠나 자연 속으로 떠돌아다닐 생각이였어.

 

하지만 이곳은 생각보다도 훨씬 힘든 곳이였어.

나날이 기운은 떨어져갔고, 준비역시 그만큼 늦어지다가 결국 붙잡히듯 있게 되었으니까.

병자나 다름없이 그렇게 몇년이 지났지.

 

이제는 오래 걸어다닐 힘 조차도 없어.

모르는 사람들은 운동을 하며 체력을 키우면 된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그렇게 할수 없을 상황과 처지 역시 있기 마련이야.

강에서 모래의 성을 쌓으려는 것처럼.

 

 

 

결국 작년부터는 준비가 없더라도, 나가서 쓰러지더라도 일단 나가려고 생각했었지.

 

지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게되었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을것 같았어.

나라도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안될거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해야할 일이.

아니, 내가 할수 있는 일이 있어서 이곳에 오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그래서 이제는 이해해.

이곳에 꽃을 심어두지 않으면, 이곳을 떠날 수 없을거라고.

나는 이곳에 꽃을 심어야 한다고.

 

 

이곳에 있기가 너무 힘들어서, 너무 괴로워서.

이곳을 그렇게 벗어나고 싶었는데. 

결국에는 또 전생들처럼 인간들과 세상을 위해서 뭔가를 하게 되는구나.

아무것도 없고 허약하고 무능한 지금에서도 말야.

 

그냥 나 자신만 생각하면 편하겠지.

그리고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 

 

'자기 자신부터 행복하고 깨달음을 얻으면 된다'고 말야.

난 그들이 깨달았는지 아닌지 또 깨달음이란게 뭔지도 몰라.

그 말이 맞는지 틀린지도 몰라.

 

다만 난 그것이 되지 않아.

아니 되지 않았어.

그렇게 오랜 시간을 존재해 왔었어도, 처음부터 지금 이순간에도 한결같이 그랬어.

 

앞으로도 그렇겠지.

이 우주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도 말야.

 

 

 

 

어쨌든 여기서 꽃 만드는 일은 언제 끝날까.

지금까지 2년 동안 만들었는데도 이제 겨우 제대로 시작하는 것 같구나.

 

이대로라면 1년이 걸릴지 2년이 걸릴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더 빨리 만들수는 없는걸.

 

눈앞에 맑은 공기와 나무들의 숲.

가슴을 따듯하게 울리는 풀들의 꽃이 나를 부르는것 처럼 간절하지만.

 

내가 편안하고 행복하려고.

다른 생명들이 고통 속에 죽어가는 것을 모른체 할수는 없어.

 

 

 

 

누군가 이제 곧 새로운 세상이.

사랑과 기쁨이 넘치는 세상이 올거라며 웃는 이야기를 듣고는해.

 

그래 그렇게 되겠지.

 

하지만 누가 어떤 예언을 했을지라도.

가만히 있어서는 그런 세상은 오지 않아.

 

누군가는.

보이지도 않고 이름도 없는 누군가는.

그런 세상을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다해 노력해야만 올수 있어.

 

오늘 하루 웃고 편안하게 있었다면.

아니 오늘이 아니라 언젠가 어떤날에 그렇게 행복할 수 있었다면.

 

오늘 아니 그날 무엇을 먹고 살았던 날이였는지 기억해야만 할거야.

자기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쳐서 우리 자신을 그렇게 웃게 해줄수 있었던 수많은 생명들을 말야.

자신도 살고 싶어했지만 우리에게 먹혔던 그 생명들을 말야.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그래.

우리는, 우리가 모르는 누군가의 눈물을 먹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되.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배가 왜 부른지도 모르면서, 

1분도 숨쉬지 않으면 곧바로 고통스러워지면서도 깨달음과 빛나는 세상을 말하고 있어.

 

눈앞에 고통받고 아파하는 존재들이 무한히 있는데.

그들이 언제 모두다 행복하게 될지 모를 정도로 시간과 공간을 기약할 수가 없는데.

뭐가 깨달음이란 거지? 뭐가 빛나는 세상이란 걸까.

 

난 모르겠어.

그리고 그런것 생각하고 고민할 틈도 없으니까.

 

 

 

내가 알고있는.

그리고 기억하는.

또 상상하는.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을.

아름다운 누군가의 삶과 웃음을 떠올리며.

내 모든 것을 다해서 내가 할수 있는 일을 하고싶어.

 

그들은 나와 같고,

나는 그들과 같으니까.

 

나는 어느 세상에서 영원한 행복을 이루었기에,

이제 이 세상의 나와 같은 그들도 행복하기를 바래.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고,

충분히 행복할 자격이 있는 이 세상의 모든 존재들을 위해.

 

나는 이 세상에 왔고.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