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3월도 몇일이 지나

나날이 봄이 되어가는구나.

 

이번이 마지막 추위일까.

 

지나가버린 겨울이 아쉬운 것도.

봄이 반갑지 않은 것도.

하려던 일을 얼마하지 못해서겠지.

 

봄이 오기전에 왠만큼 꽃을 만들어서 끝내고 싶었는데.

처음부터 다할 수 없던 일이였나 싶다.

 

 

 

 

꽃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6년 전에 이 도시로 왔을 때였다.

만들다 말다를 반복하다가 줄곧 만들기 시작한건 2년째일까 3년째 일까.

급히 해야하는 일이 있거나, 아파서 누워있는 시간을 빼면 줄곧 그렇게 꽃만 만들었다.

 

꽃을 만들고.

또 꽃을 만들고.

그리고 꽃을 만들고.

하염없이 꽃만 만들었다.

 

 

 

 

숲속에서 아무도 없는 산속에서 잠들고 싶었다.

그런 꿈을 6년간 하루도 꾸지 않은 날이 없었다.

이번 봄에야 말로 밖으로 나가서 돌아다니고 싶었다.

 

사진도 찍고 홈페이지도 다시 만들고.

희망과 사랑을 이야기하고 전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올해의 봄도 나를 기다려 주지 않는구나.

이번 꿈도 이렇게 지나가 버리는 것일까.

 

 

 

 

 

꽃을 만들 재료를 사야하는데, 힘이 없어서 주문을 못하겠다.

전화를 해야하는데, 정말 너무 어렵다.

 

난 다른 사람들과 어떤 식으로든 연결이 되면 에너지가 빠져나간다.

그리고 상대방의 업과 좋지못한 에너지가 나에게 흘러들어온다.

대신 화내고 대신 아파하고, 안좋은 온갖 그들의 삶을 대신 살아야만 했다.

 

이것을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더구나 살고있는 땅도 좋지 않아서, 거의 모든 에너지가 다른 곳과 사람들에게 흘러나간다.

 

극복해 보려고 운동도 하고, 에너지 손실을 줄이고 모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모으면 모을 수록 더 많은 에너지가 빠져나갈 뿐이였다.

의지와 생각 마저도 모두 사라진다.

 

강물 위에서 모래를 붓는 것처럼.

모두 흩어지고 만다.

 

 

 

 

이곳은 내가 이곳에 오기전에는 다들 아무런 힘도 없이 유령처럼 살던 곳이였고,

주변 전체가 쥐죽은듯 조용하고 아무런 변화도 없던 곳이였다.

 

그러나 내가 이곳에 와서 괴롭고 고통스러운 만큼.

나 이외의 모든 주변 사람들은 좋아지고 즐거워졌다.

상점들은 장사도 잘되고 오는 사람들은 모두 기뻐하게 되었다.

 

너무 괴로워서 처음에는 빠져나가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 의지와 생각 마저도 모두 빠져나가 버렸다.

 

할수 있는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다른 인간들 처럼 욕심이 있다면 괜찮았을 것이다.

욕심만 있으면 에너지를 주지 않고 도리어 끌어들이게 되는게 자연의 이치다.

그러면 이곳에서도, 이런 세상에서 편안하게 살수 있다.

 

그러나 나는 그러지 못했다.

그럴 수가 없다.

그럴려고 시도해 봤지만 하루도 못넘긴다.

 

나는 처음부터 그런 존재가 아니였다.

 

 

 

 

욕심을 가지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이라는 것을 살아오면서 늘 느꼈지만.

이곳에서는 그것을 하루종일 단 한순간도 빠짐없이 느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은 천사의 환생이라거나.

깨달았다거나 치유를 한다고.

모두를 행복하게 해준다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다.

정말 그런 사람들이 있겠구나 했었다.

 

하지만 거짓이다.

 

진짜 천사가 이 세상에 살아남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진짜 순수하게 선량한 존재가 사람들 사이에 있다는 것도 불가능하다.

 

세상이 가만 두지 않는다.

하루는 있을수 있겠지. 하지만 이틀째는 그럴 수 없다.

한계를 넘어서면 다 띁어먹히겠지.

 

조금이라도 욕심이 있는 인간과 접촉을 하면, 그 욕심의 양만큼 이렇게 힘들고 고통스러운데.

어떻게 그렇게 유튜브에 나와서 웃고, 어떻게 그런 단체나 모임을 만들어서 설교할 수 있을까.

 

그가 진짜로 천사의 환생이라면.

깨달았다면.

그런 생각을 하기도 전에 자신의 생명까지도 줘버리고 죽게될텐데 어떻게.

 

 

 

 

나는 나 자신을 평범한 사람으로 생각한다.

그렇지만 인간들을 접촉하면 너무나도 괴롭고 아프다.

상대방의 업장과 고통을 대신 받고, 행복과 기쁨을 줘버리게 된다.

 

그렇게 결국 말라 죽게 될거라고 생각했다.

정말로 그렇게 죽어가고 있으니까.

 

 

 

 

그래서 결국 꽃을 만들기로 했다.

그리고 결국 내가 가진 힘도 에너지도 모든 것을 어차피 다 줘버리게 되고 말거니까.

더욱이 살고있는 이땅은 더욱더 내가 가진 에너지를 다 줘버리고 흩어져버리게 되는 곳이니까.

 

처음에는 살아남으려고 꽃을 만들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에너지가 없어져서 살아 남으려고. 죽지 않으려고.

 

하지만 아무리 해도 별 소용없을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부터는 반대로 생각했다.

 

'이렇게 많이 줄수 밖에 없는 곳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만들어서 줘야겠다'고.

 

'오히려 잘된 거라고.

내가 원하는 곳.

내가 필요로 하는곳.

나한테 맞는 곳' 이라고.

 

어차피 나는 이렇게 죽더라도.

내가 모르는, 그리고 이 세상에 있는 아름다운 인간들에게 닫기를 바라며.

그런 인간들이 행복해지고, 나처럼 말라서 죽어가지 않도록. 행복하게 살며.

이 세상을 기쁘고 행복한 세계로 만들기를 바라며.

 

이제는 그렇게 꽃을 만들고 있다.

 

 

 

 

 

 

 

 

봄 속에서 살며 느낄수 있는 꽃을.

 

지금은 만날 수 없어서 아쉽지만.

 

내 마음 속에는 아름다운 꽃이 무한히 가득해.

 

이 세상에도 그 꽃이 한없이 피어나도록.

 

하염없이 만들어서 심을께.

 

 

 

이 꽃들이 너에게 닫기를.

 

그리고 이 세상 모든 존재가 영원히 행복하도록.

 

이 세상이 끝날때까지.

 

영원히 이 세상에 꽃을 전할께.

 

아름다운 너의 사랑에 이 꽃이 전해지기를.

 

 

 

이것이 내가 이 세상에 있는 이유고.

 

이 세상에 찾아온 이유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