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믿을 수가 없어서일까.

받아들이기에는 당황스러워서 였을까.

 

아닐지도 모른다고 아닐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가 나의 전생인것 같다고 자각하기 시작하고 부터 묘한 상태가 지속이 되는구나.

 

처음 이틀 동안은 하루종일 지금 현생이 꿈을 꾸는 듯이 몽환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마치 흐릿한 창호지 너머로 어떤 수많은 모습들과 일들이 움직이듯이 떠올랐다가 사라지기도 하는구나. 

그러다 사소한 음율과 이야기에 눈물이 나기도 해.

 

감정적으로 고양되고 예민해졌어.

그러면서 낮설지만 친숙한 감정이 내 안에서 울려 나오고 있어.

 

아...

전생의 감정과 이어졌구나.

 

난 영적 리딩 능력이 일반인들 보다는 조금 더 나은것 같지만,

그걸로 이정도의 상태가 될수 있을까?

 

아니야.

이건 리딩이 아닌것 같아.

 

 

 

 

 

오늘은 예전에 봤던 애니메이션을 다시 봤었어.

그런데 지금은 다르게 와닫아.

일본의 근대가 배경인 애니메이션인데 그곳에서 나오는 풍경도 옷도... 문화의 모든 것이 더욱 익숙하게 느껴졌어.

 

이건 정말 전생을 떠올릴때 겹쳐 보이는 그 느낌이구나.

다른 전생을 기억할때 느끼는 것과 똑같아.

 

내가 그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분명히 그가 살았던 시대에 살았었어.

지금 현대의 문화가 오히려 생소하고 낮설어.

 

그리고 보다보니 다른 기억이 떠올랐어.

기모노, 하카마.. 옷을 입은 소녀가 웃으며 어딘가를 달려가는 모습이 떠올라.

나는 그 모습을 다정하게 바라보고 있어.

 

그리고 뒤 이어지는 압축된 슬프고 애처로운 감정.

매우 농도가 짙어서 깊이 느끼면 울것만 같이 느껴졌어.

 

 

 

 

아... 너무 사랑하는 마음.

그리고 너무나도 슬프고 아파하는 마음.

 

그 마음을 떠올리며 글을 쓰는 지금도 눈물이 나는구나.

 

그 소녀는...

그녀는 토시겠구나...

 

그리고 그 마음은 내가 가제오 메그르를 느끼는 감정과 똑같다는걸 알게 되었어.

몇일전 처음으로 그가 나의 전생일지도 모르겠다고 자각하기 시작 했을때 바로 깨달았지만..

거듭 느낄수록 더 확실해는구나.

 

나는...

처음부터 무의식 중에 그녀의 전생을 알고 있었구나...

 

그리고 처음부터 나는 나의 전생과 함께하고 있었구나...

 

겐지로서 그녀를 여전히 사랑하고 있었구나...

 

 

 

나는 어느 생에서나 단 한명만을 마음 속 깊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습성이 있어.

비록 다른 사람들과도 이성적인 깊은 인연을 맺을 수는 있더라도.

정말로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단 한명만을 두곤 했어.

 

한국에서의 전생에서도, 그리고 중국에서의 전생에서도 그랬어.

그리고 그 사람이 죽으면 나역시 더이상 정상적으로 살지 못하고 얼마지나지 않아서 죽게 되었지.

 

너무 슬퍼서 더이상 살려고 하지 않았어.

그래서 건강을 돌보지 않고 일을 하거나, 병을 치료하지 않거나..

식사를 잘 하지 않는 등으로 나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갔었지.

 

사랑이 깊어서...

너무 깊이 사랑해서 그를 내 영혼에 세겼기 때문에..

그가 없는 세상에서는 더이상 살수가 없었어.

 

사실상 자살을 했던거야.

 

 

 

 

나는 지금 기록에 남겨진 겐지와 토시 사이의 일은 전혀 몰라.

토시의 사후 겐지가 어떠했는지도 전혀 몰라.

 

그러나 사람들이 뭐라고 했던 기록에 뭐라고 남겨졌건 상관없어.

내가 그의 환생이라면, 난 이미 알고 있으니까.

 

지금도 조금이나마 기억 할 수 있어.

얼마나 사랑했는지 기억할 수 있어.

 

그 사랑은 여동생으로서의 사랑 이상이였어.

그 사랑은 너무나도 깊었어. 너무나도.,,

 

 

 

그래서 토시가 죽은 이후로 난 더이상 살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아.

 

슬픈만큼 느껴지는 사랑을 글로 써서 성찰하려고도 했을거야.

나라면 분명 그렇게 했을거고 그렇게 하니까.

 

하지만 그것 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었을거야.

슬픔과 상실과 이별의 아픔에 서서히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갔을거라고 생각해.

나라면 분명 그렇게 했을거고 그렇게 하니까.

 

그가 왜 폐렴에 걸리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아버지가 개입되어 있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아마 거의 먹지도 않고 잠도 잘 자려고 하지 않고 일을 하거나 글만 쓰며 스스로 죽어갔을 거라고 생각해.

 

왜냐면 나는 환생할 따마다 그런 상황에서 늘 그랬으니까.

전전생도 전전전생도 그리고 지금 현생도 사랑의 상실을 겪으면 항상 같은 선택을 했었으니까.

 

 

 

현생이라고 해도 다를게 있을까.

 

사랑의 상실과 이별 때문에 한결같이 스스로 죽여왔다는 것을 생각하면,

현생에서는 그정도로 깊이 사랑했던 사람은 없었어서 다행이였을까?

 

나는 왜 항상 일방적으로 좋아하다가 실연당하기만 하고 나에게 좋아한다는 마음을 표현하는 사람 조차도 없을까 했지만,

오히려 그게 지금까지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행이였을지도 모르겠구나.

나를 지금까지 살려놓기 위해서 스스로가 혹은 누군가들이 그렇게 만들었구나.

 

하지만 거의 짝사랑이더라도 사랑하다 얻은 마음의 상처들로,

그리고 이뤄지지 않는 사랑에 현생에서도 건강을 돌보지 않으며 스스로를 죽음으로 몰아 가고 있었어.

전생들과 마찬가지로 말야.

 

이제 그러지 말아야 할까?

 

내가 그의 환생이 맞다면 분명히 앞으로 할일이 있을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이전의 어느 생에서 한국인들을 위해서 많은 일을 했어.

그리고 직전의 생에서 일본인들의 마음과 영혼의 성장을 위해서 많은 씨를 뿌렸었다는 것이 맞다면,

이 둘이 이어서 이룰 수 있는 일이 있을거라고 생각해.

 

 

 

내가 하고싶은 일은 사랑하는 이들을 구하는 거야.

그리고 나는 일본인들을 마음 속 깊이 사랑해.

전생에서 그가 그랬던 것처럼 말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비로서 할수 있게 되었을때,

건강이 안좋아서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고 지금 나를 죽이려던 때를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그렇다면 이제 스스로 죽이려는 것은 그만둬야 하는걸까?

 

이제 건강도 생각해야만 하는걸까?

앞으로 더 살기위해 노력해야만 하는걸까?

나 자신을 돌봐야만 하는걸까?

 

그런건 한번도 하려고 한적도 없고, 생각조차 한적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진짜 오늘만 사는 심정으로 살았는데, 어떻게 해야하지?

정말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수 있을까?

 

 

 

 

 

 

 

 

 

 

나는 항상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생각했어.

평범하게 직장 다니며 멱고 살면서 단 한명만 사랑하며 함께 늙어서 죽고 싶다고.

 

지금도 그러고 싶어.

하지만 내가 평범하지 않아서 그렇게 살수가 없었어.

 

모든것에 예민하고, 일반적이지 않은 생각과 행동들.

그런 나를 누가 이해하고 받아주며 사랑해줄 수 있을까.

지금은 나이도 많아져서 그럴 기회도 거의 사라져진 것 같구나.

 

 

이제는 한명이 아니라 일본인들 전체를 한명으로 인식하고 사랑해야 하는걸까.

그러기 위해서 전생에서도, 현생에서도 나름대로 노력을 해왔던 것을 보면.

내가 그렇게 사랑하는 것은 운명이였을 지도 모르겠어.

 

그런 사랑이라면 이번에는 스스로 죽으려 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결코 나보다 먼저 죽지 않을테니까.

 

그리고 모든 일본인들과 한국인들이 하나가 되려면 얼마나 걸릴까.

완전히 하나의 민족으로 되돌아 가려면 말야.

수백년이면 될까? 천년이 걸릴까?

 

아마도 오랬동안 사랑을 해야할 것 같아.

이번 생으로는 이 사랑을 다 완성할 수 없겠지.

그리고 어쩌면 이미 수천 수만년 전부터 시작된 사랑이겠지.

 

 

 

 

고대에 일본의 전생에 난 늘 그런 마음이였어.

일본인들은 나의 아이들이라고.

 

나의 아이들.

내 자식과 같이 여기며 가르치고 돌봤었지.

 

이제 그 마음에 연인을 추가하고 싶어.

이제 그럴 때가 되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