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열둘을 세면

우리 모두 침묵하자






잠깐 동안만 지구 위에 서서

어떤 언어로도 말하지 말자






우리 단 일 초만이라도 멈추어

손도 움직이지 말자






그렇게 하면 

아주 색다른 순간이 될 것이다






바쁜 움직임도 엔진소리도

정지한 가운데

갑자기 밀려온 

이 이상한 상황에서

우리 모두는 하나가 되리라






차가운 바다의 어부들도

더 이상 고래를 해치지 않으리라

소금을 모으는 인부는

더 이상 자신의 상처난 손을

바라보지 않아도 되리라






전쟁을 준비하는 자들도

가스 전쟁, 불 전쟁

생존자는 아무도 없고

승리의 깃발만 나부끼는

전쟁터에서 돌아와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그들의 형제들과 

나무 밑을 거닐며

더 이상 아무 짓도 하지 않으리라






내가 바라는 것은

이 완벽한 정지 속에서

당황하지 말 것

삶이란 바로 그러한 것

나는 죽음을 실은 트럭을 원하지 않는다






만일 우리가 우리의 삶을

어디론가 몰고 가는 것에

그토록 열중하지만 않는다면

그래서 잠시만이라도 

아무것도 안 할 수 있다면






어쩌면 거대한 침묵이

이 슬픔을 사라지게 할지도 모른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결코 이해하지 못하는

이 슬픔

죽음으로 우리를 위협하는

이 슬픔을






그리고 어쩌면

대지가 우리를 가르칠 수 있으리라

모든 것이 죽은 것처럼 보이지만

나중에 다시 살아나는 것처럼






이제 내가 열둘을 세리니






그대는 침묵하라






그러면 나는 떠나리라














침묵 속에서 - 파블로 네루다
(Extravagaria - Pablo Neruda)
류시화 옮김






















(Dream 3 - in the midst of my life)

막스 리히터(Max Richter) - From Sleep
Max Richter & American Contemporary Music Ensemble



(원곡과는 다르게, 끝에 12초의 묵음을 더 넣었습니다)
























자연음악 편지 21 - 사진 by 노네임.png



- Photo by 노네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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