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음악 편지 22 - 사진 by Kevin Carter.jpg

- The vulture and the little girl, 1993. Original title: Struggling Girl, by Kevin Carte -








아프리카 수단이였습니다.
3~4살 밖에 되지 않은 한 아이가 어디론가로 가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말랐는지 아이의 머리가 자꾸 땅으로 처박힙니다.

아이의 몸에서 가장 큰 부분은 머리였습니다.
아이는 더는 가지 못하고 주저않습니다.
머리가 땅에 기울어져 땅에 처박힌듯한 모습이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먹을걸 달라고 갈구하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이때 독수리 한마리가 아이의 뒤에 앉아 아이를 노립니다.
놀랍게도 아이는 다시 일어서서 위태로운 걸음을 이어갑니다.




이 현장을 찍은 사진기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이 사진으로 1994년에 퓰리처 상을 받았죠.

캐빈 카터(Kevin Carter)였습니다.

이 한장의 사진은 100번의 기사보다 더 큰 반향을 일으켜서 수단으로 구호물자가 쏱아지는 동시에,
사진 작가에게는 비난이 쏱아지게 했습니다.

사진을 찍을 그 시간에 아이를 구했어야 했다는 윤리적인 비난이였습니다.





캐빈 카터는 이 사진을 찍은 후 독수리를 내쫓으며 울었습니다.

'오 하느님'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의 캐빈 카터는 분쟁지역에서 활동하는 4명으로 구성된 포토 저널리즘 그룹인 뱅뱅의 일원이였습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인종 차별정책으로 벌어지는 무자비한 살육과 그 현장을 찍으면서부터 시작된 그룹이였죠.

뱅뱅이라는 이름은 현장에 있던 외신 기자들이 붙여준 이름이였습니다.
발음에서 보듯이 이들은 총탄이 날아드는 곳으로 뛰어드는 사람들이였습니다.

이들은 모두 경제적으로 궁핍했고 가족들은 떠나갔습니다.





캐빈 카터는 절친했던 친구 캔이 죽는 것도 봐야했고, 다른 친구가 자살하는 것도 봐야 했습니다.

살육 현장에서의 작업은,
인간에 대한 절망까지도 감내해야만 하는 것이였죠.

그의 자살은 예견되어 있었고 비난은 방아쇄 역할을 한 것이였습니다.
유서에 남긴 몇마디가 그의 처절한 마음을 보여줍니다.





절망적이다.

전화가 끊어졌다.

집세도 없고 양육비도 돈도 없다.

나는 살육과 시체들과 분노와 고통에 쫓기고 있다.

굶주리거나 상처를 입은 아이들.

권총을 마구 쏘아대는 미친 사람들의 환상을 본다.

내가 만약 운이 좋다면.

캔의 곁으로 가고 싶다.







- KBS 1FM 당신의 밤과 음악 (2018. 3. 24) 











자연음악 편지 22 - 그림 by ahma.jpg
illustration by ahma0313 -






Mozart - Piano Concerto No 23 in A KV 488 -2- Adagio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 2악장 아다지오)

피아노 - 그리고리 소콜로프 (Grigory Sokolov)

지휘 - 트레버 피녹 (Trevor Pinnoc)
말러 쳄버 오케스트라(Mahler Chamber Orchestra)
2005년 잘츠부르크 공연실황(Recorded live in Salzburg 2005)


















이제 다음주 부터는,
자연의 이야기들을 좀더 하겠습니다.

밝지 않은 이야기들도 많지만,
우리는 그것을 알아야만 합니다.

그것은 우리 자신의 이야기이며,
이제 남은 시간은 많지 않으니까요.



















?
  • ?
    sonatine 2018.08.28 09:36

    저 사진을 보면서 가슴이 울컥했던 예전 기억이 나는군요.

    내 자신을 반성하게 해주는 글과 사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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