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보건 정책이 실패함에 따라 작년 전세계적으로 1천300만명이 예방가능한 질병으로 숨졌다고 국제적십자사.적신월사연맹이 28일 펴낸 `세계 재앙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이 보고서는 무방비적인 전염병 확산을 지진이나 자연재해보다 많은 인명을 앗아가면서도 언론이나 사회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무언의 비극이라고 묘사했다.

지난 45년이후 전쟁으로 사망한 사람은 2천300만명인데 비해 에이즈(후천성 면역 결핍증), 결핵 , 말라리아 만으로도 1억5천만명이 죽은 것으로 추산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또 작년 에이즈, 말라리아, 호흡기 질환, 이질 등으로 죽은 사람은 터키 대지진등 자연재해로 사망한 사람보다 160배나 많았다.

국제적십자사.적신월사 연맹의 디디어 처피텔 사무총장은 이날 보고서 발간과 함께 열린 기자회견에서 "각국의 전염병 사망자 통계만 봐도 이같이 위험한 추세를 실감할 수 있을 것" 이라면서 "전염병대책에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아프리카의 에이즈 확산은 주요 이슈로 제기되고 있는데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수준으로 에이즈가 확산된다면 에이즈는 더이상 질병이 아니라 노동인력을 빼앗고 경제를 혼란에 빠뜨리는 대재앙이 될 것"이라고 연맹의 재앙정책 책임자인 피터 월커는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서 에이즈를 일으키는 바이러스 (HIV)에 감명된 사람은 2천300만명으로 세계 전체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또 전세계적으로 매시간마다 300명이 에이즈로 죽어간다.

이처럼 전염병이 재앙화되고 있는 것은 상당부분 각국 정부의 관련 예산 삭감에그 원인이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지난 98년 국제긴급 원조 규모는 지난 4년간 처음으로 늘었으나 보건 기금은 계속 감소됐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개발도상국을 위한 보건기금은 지난 91년이후 계속 줄고 있다.

또 후진국의 보건분야 공공지기출은 평균 국내총생산의 1%에 불과, 선진국의 6%에 크게 뒤지고 있으며 이 결과 한때 통제됐던 질병들이 다시 발생하고 있다.

매년 260만명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말라리아는 아제르 바이잔, 타지키스탄 등에서 다시 발생하고 있으며 북한은 올해 4만명의 결핵환자가 신규로 보고 됐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런던 AP/연합뉴스)


<한겨레 200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