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대성공

                            글쓴이 : 마종하 님

산에 올라갔더니
오늘은 윤씨 할아버지(74)가
배낭 속에 담아 왔다며
찐 감자 네 알을, 기름 발라 소금 칠한
그대로 내게 꺼내 주셨다.
게다가 플라스틱 사이다병에다
약수까지 담아다 주시며, 천천히 목도 축여 가며
먹으라고 하셨다.
산에 오른 지 1년 정도인데
이런 기가막힌 경지에 도달하게 되다니,
인자요산이라 하였거늘
산이 역시 최고이다.
앞니 빠진 얼굴로
어린애처럼 웃으시는 그분에게
나는 염치가 없어서
약수나 꿀꺽꿀꺽 들이마셨다.
은혜는 꼭 갚는다는 말씀도 드렸다.
답잖은 싱거운 소리 하지 말라며
그분은 곧 평행봉과 철봉에 매달려
몇 바퀴 가볍게 휘휘 도시고는
정확한 시간에 어김없이 손을 흔들며
산을 내려가셨다.
나는 신바람 나는 허리로 반듯이 답례하였다.
다 늙어서, 찐 감자처럼 익은
그분의 뒤를 따라, 나도
푸르른 나무와 잔디 둥근
산에서 대성공을 거둘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