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고 있는 예수

소외된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기를 희망했던 두레 마을 김진홍 목사가 처음 빈민촌에 들어가 생활할 때 갖은 고생으로 열병을 얻어 열흘을 넘게 사경을 헤매다가 겨우 일어났다. 여전히 들끓는 열을 안고 그는 우선 목숨부터 유지해야 빈민활동이든 뭐든 할 수 있겠다 싶어 짐을 싸 들고 잠시 빈민촌을 떠나기로 작정했다.

짐가방을 들고 빈민촌을 빠져나오던 그는 우연히 어느 집 댓돌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신발 다섯 켤레를 발견했다. 낮인데도 아이들의 신발이 일렬로 정리되어 있었다.

‘이상하다. 이 시간에 아이들은 다 학교에 갔을 텐데….’

김 목사는 불길한 생각이 들어 그 집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불길한 예감은 적중했다. 방안에는 엄마와 네 아이들이 누워 있었는데, 며칠을 굶어 움직일 기운조차 없어 보였다. 김 목사를 본 식구들은 겨우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는데, 엄마가 움직이는 것을 본 세 살짜리 막내가 배가 고프다고 칭얼대며 엄마를 보채기 시작했다. 그 아이의 눈물 고인 눈동자를 보는 순간, 김 목사는 그 아이의 얼굴과 예수님의 얼굴이 겹쳐지는 것을 보게 되었다. 바로 예수님이 배가 고프다고 울고 있는 것이었다.

김 목사의 눈에는 알 수 없는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자신이 잠시라도 빈민촌을 떠날 결심을 했던 것을 뉘우쳤다. 그 순간 그는 예수님의 뜻이 자기가 이 빈민촌을 떠나지 말라는 것에 있음을 깨달았다.

오늘의 두레 마을이라는 아름다운 삶의 공동체를 만들기까지 실패와 좌절의 순간, 김진홍 목사는 그날의 깨달음을 떠올렸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