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초 여름의 바람들을 데리고
아주 낮은 곳에서 숨죽이고 있는  
작은 풀들을 일깨우고

어떤 첨탑의 꼭대기나
그냥 뾰족히 솟은 건물에 기생하는
납작한 식물들에도 입김을 불어넣고

당신은
겉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은 듯
일테면 까칠한 담벼락을
몰래 기어오르는 담쟁이 넝쿨같은 것들에도
민감함을 보이며

숨겨진 줄기들을 찾아
가만히 들춰도 보는

당신은
길어지는 그리움들이
잠시 한 눈을 파는 빈자리에
솜털 구름을 그려넣고

그 속에 자신의 모습을
한 없이 밀어 넣고
벽에다 걸어 보는

당신은
무거운 기억들로만 숨쉬는
푸른 숲으로 다가가
그 기억들을 망연히 쪼고만 있는 새들을
후두둑 날려 보낸다든가

저들끼리 수런대는 잎사귀들을
마구 흔들어 버리는

당신은
밤이면 아득히 피어오르는
동심의 강을 향해
모든 것을 다 버리고

강 바닥에 가슴넓이 만큼의
돌들을 푸르게 깔고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