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음악의 좋은 님들, 안녕하세요?
벌써 장미의 계절이 되었나봐요.  빨간 줄장미가 아름다워요.
대학교 정문 앞을 지날 때  울타리에 핀 장미의 색깔이 매혹적으로 마음을 사로잡더군요.
차 트렁크에 어제 남편과 함께 멀리 야생화 꽃마을에 가서 사온 모종을 싣고 저의 주말 농장(?)으로 갔어요.
휴일에 이곳에 시간을 할애해 줄 사람이 아직 저 뿐이어서 '나의 주말농장'이라고 부른답니다.
날씨가 흐리고 몸의 컨디션도 조금 안 좋아서 살짝 우울한 기분으로 갔는데, 저의 비밀 아닌 비밀인 주말농장에 다달아 화초와 제법 자란 상추를 보니 기운이 나기 시작했지요.
차의 트렁크에서 야생화를 꺼내 내려놓고 보니 배시시 웃음이 나왔구요...이 야생화들은 행정실에 신청해서 사게 된 꽃들이지요. (남편은 집에서 키워보라고 노루오줌, 천남성, 메리골드를 따로 한 포기씩 사 주었지요. 아기별꽃은 꽃집 주인이 한 개 주셨구요. 아주 마음이 풍성해졌어요..)
온유하고 인자하신 할아버지 기사님께 농기구 창고 열쇠를 받아 일을 시작. 벌써 할아버지 기사님과는 많이 친해져서 할아버지께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시간이 가면서 해가 나서 밝고 환해져 왔지요.
고급스러운 자연음악을 틀어놓고 햇빛 속에서 일을 하니 기분이 여간  좋은게 아니었답니다.. 모처럼 여유있게 제 일에 몰두할 수 있는 이런 시간이 너무 좋습니다.
괭이로 땅을 파고 돌을 고르고 적당히 구덩이를 파서 무의 개나리, 하늘 매발톱, 패랭이, 노루오줌, 섬기린초, 오색 기린초, 난을 차례로 드문드문 심었어요. 썩 잘 심었다는 말씀을 들으니 안심.
할아버지 기사님은 화초를 심거나 씨를 뿌린 후 절대 물을 주지 말라고 하셔요. 흙 자체에서 올라오는 습기로도 충분하다고. 그래서 늘 이튿날 물을 주지요. 그래도 잘 살더군요. 오늘도 새로 심은 야생화에는 물을 주지 않고 다른 식물에만 물을 흠뻑 주었어요. 몇번이고 물뿌리개에 물을 가득 받아다 뿌려 주어야 하니 힘이 부치긴 했지만, 아주 흥건히 계속 주어도 마음까지 지치지는 않았어요.
내일은 호스에 구멍이 숭숭 뚫린 물뿌리개를 달아 달라고 부탁을 해야겠어요. 그래야 아침저녁으로 아이들과 물주기가 수월하겠지요?
야생화를 사러 가면서 본 들판. 채소들의 싱싱함과 꽤 잘 자란 모습을 보며 조금 부끄럽긴 했지만 저희 화단의 화초들도 열심히 자라고 있으니 그리 실망은 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교실의 화초들도 늘 휴일에 덩달아 돌봐주니 잘 크고 있어요. 가지, 토마토, 나팔꽃, 봉숭아...
화초를 돌보듯 아이들도 돌보아 줄 게 많다는 걸 생각하면서,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와 점심을 맛있게 먹고 난 후 글 올립니다.  저혼자 너무 신났지요?
모두들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