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친정 어머니의 6주기 기일을 맞아 사남매 중 삼남매가 묘소를 찾았습니다.
저는 부모님의 합장 묘 앞에 외손자를 안고 서서 인사를 올렸습니다.
묘 앞애 서니 두 분 생전의 모습이 더욱 눈에 아른아른했습니다.
생전에 건강이 그리 좋지 않아 힘든 가운데에서도 제 두 딸아이를
정성을 다해 길러주시던 모습이 가슴에 사무쳐 자꾸 눈시울이 붉어지곤 했습니다.

이제 어머니처럼 저도 외손자를 돌보게 되었노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저는 절대로 어머니처럼 손자 돌보면서 늙지는 않겠노라고 늘 속으로 다짐 했던 것이
다 거짓말이 되었노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옛날, 제가 직장을 그만 둘 수 없노라 하며
아이를 어머니께 맡겼을 때  
저는 제 아이 돌봐주신 댓가로 어머니에게 용돈 몇 푼 드리면서
아마도 은근히 생색을 내곤 했을 것입니다.

묘소에서 준비해온  포터블 오디오로 아버님께서 생전에 좋아하셨던 음악을 틀었습니다.
'희망가'입니다. 아마 어머님께서도 좋아하시겠지요.
장사익님의 목소리로 들려드리는 희망가가 묘소에 울려퍼졌습니다.
"희망가를 부른다.~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인가 부귀와 영화를 ....~ "

초여름의 눈부신 햇살 사이로 부모님의 눈길이 부드럽게 느껴졌습니다.
부모님의 마음을 이제야 비로소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엄마, 이제 나도 할머니가 되었어. 자, 봐! 내 외손자야, 어때? 잘 생겼지? '
더 할 말이 많았는데 자꾸 목이 메어서 그만 두었습니다.
그래도 어머니께서는 다 아실 것입니다. 제가 고생시켜 드린 것 몹시 죄송스러워 하고, 또 무지 감사하고 있다는 것을요.
차를 타러 내려오다가 묘소가 있는 쪽을 돌아보며 '엄마, 나도 엄마처럼 손자 잘 키울 게.' 큰소리로 한마디 했습니다.
(저는 어머니한테 늘 응석을 부리며 살았지요. 평생 반말을 했습니다. 용서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