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2004-02-26 18:04:00]
  
[한겨레] 환경부, 새아파트 시범 측정

신축아파트가 ‘빌딩 증후군’을 일으키는 포름알데히드와 휘발성유기물질로 심각하게 오염돼 있다는 사실이, 오는 5월 실내공기질관리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의뢰한 조사에서 밝혀졌다.

환경부는 26일 실내공기질에 대한 공식측정법을 확립하기 위해 국립환경연구원에 맡겨 수행한 ‘실내공기질 공정시험방법 도출 연구’(책임연구기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실내공기질을 시범측정한 결과를 밝혔다.

입주를 앞두고 있는 경기도 의정부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 대한 조사에서 6개 세대 가운데 4개 세대가 기준치 이상의 포름알데히드 오염도를 보였다. 가장 높은 오염도는 19층에 위치한 34평형 세대에서 기준치(0.1)의 6배인 0.6이었다.

포름알데히드는 대표적인 실내오염물질로 눈과 코의 자극부터 어지럼증, 피부질환, 나아가 동물실험에서 코암(비암)까지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름알데히드를 물에 섞은 포르말린은 단열재나 합판·섬유·가구 등의 접착제로 건축자재에 널리 쓰이며, 방출수준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2~4년 걸릴 만큼 장기간에 걸쳐 유해물질을 내뿜는다.

6곳 중 4곳 포름알데히드 기준치 넘어서
휘발성기화합물은 모든 세대서 초과
고층.소형일수록 심각…피부병등 유발

같은 아파트라도 세대의 위치나 넓이, 구조에 따라 다른 오염도를 보였다. 같은 평형이라도 고층으로 갈수록 온도와 습도가 높아 스며나오는 포름알데히드가 많았다. 또 작은 평형일수록 실내공간 체적에 비해 오염물질이 방출되는 벽·바닥·천장 등 표면적의 비율이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오염도가 높게 나타났다. 섀시를 설치해 환기가 어렵거나 베란다를 터 실내를 넓힌 구조에서도 오염도가 그렇지 않은 곳보다 심했다. <그림 참조> 측정조건은 다르지만, 이번 조사 이전에 전국 12개 신축 공동주택에서 이뤄진 포름알데히드 측정에서도 9개 단지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왔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는 또 톨루엔, 에틸벤젠, 자일렌 등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모든 조사세대에서 일본 후생성 기준인 0.4㎎/㎥을 4~26배 초과하는 등 높은 오염도를 보였다. 휘발성유기화합물은 바닥접착제·칩보드·페인트 등 건축마감재에서 주로 방출되며, 이번 조사에서 가장 고농도로 검출된 톨루엔은 피부·눈·목을 자극하며 두통과 현기증, 피로를 일으킨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신축 공동주택에 대한 휘발성유기화합물의 기준을 아직 정하지 않고 있다.

한편,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시설에 대한 조사에서도 휘발성유기화합물의 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 고양시 일산구의 한 병원 병실은 실내공기 유지기준을 2배나 웃돌았다. 병원 대기실, 지하철 개찰구와 승강장, 고속버스터미널 매표소와 바깥 공기에 노출된 승차장도 모두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기 속에 떠다니는 세균의 수는 지하철 개찰구에서 공기 1㎥당 최고 622개까지 검출됐다. 그러나 부유세균 유지기준은 의료기관과 학원 등에만 설정돼 있어 사람의 왕래가 잦은 지하철이나 고속버스터미널 등에 대한 규제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책임자인 이윤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실내공기오염은 외국의 기준에 비춰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며 “공동주택의 24시간 환기를 의무화한 일본처럼 정책적 대응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윤동원 경원대 건축설비학과 교수는 “철저한 환기와 환경친화적 건축자재를 쓰는 것이 중요하다”며 “새 아파트라면 입주 전 4~5일 동안 38도 정도로 난방을 하면 휘발성유기화합물을 대부분 제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