홰나무
- 김광규
밤마다 부엉새가 와서 울던 그 나무를 동네 사람들은 홰나무라고 불렀다.
홰나무는 우물가에 넓은 그림자를 던져주었다. 두레박이 없어지고, 펌프가 생기고, 뒤이어 공중수도가
설치 되었던 그 자리에 얼마 전에는 주유소가 들어섰지만, 홰나무는 오늘도 변함없이 그 자리에 서 있다.
6·25 때는 홰나무 아래 폭격 맞은 군용 트럭의 잔해가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다. 고철 장수가 쓸 만한 부속
품들을 뜯어간 뒤, 아이들의 장난감이 되어버린 그 커다란 쇳덩어리는 3년 가까이 시뻘겋게 녹이 슬다가
마침내 해체되어 사라졌다.
홰나무에도 파편이 몇 개 박혔는데, 그 쇳조각들은 차츰 녹아서 수액으로 흡수되고, 그 자리에 옹이가
생겨났다. 언제부터인지 거기에는 자연 보호 팻말이 붙어 있다.
홰나무를 바라보면 지금도 그 거대한 나무를 만지고 싶고, 그 나무에 기대고 싶고, 기어올라가고 싶고,
때로는 그 나무의 뿌리나 가지가 되고 싶어진다. 그리고 부리나케 걸음을 재촉하거나, 택시를 타고
그 앞을 지나갈 때면, 부끄러운 느낌이 든다.
왜냐하면 움직이는 것은 바로 저 홰나무이고, 예나 이제나 한자리에 서 있는 것은 정작 나 자신이라는
생각이 자꾸 떠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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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규님의 시, 홰나무.......
이 시을 읽을 때 저는 마치 긴 장편소설을 읽는 듯 했어요.
긴 세월을 있는 듯 없는 듯 가만히 한 자리에 서서 끊임없이 성장해온 홰나무....
저는 요즘 나무에 관한 시들을 즐겨 찾아 읽고 있어요.
저 역시 나무와 친구가 되고 마침내 나무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나봐요.
이따금 집근처에 있는, 지은지 꽤 오래된 학교에 가면 백년 이상된 나무들이 많아요.
굵은 나무둥치를 두 팔로 안고 얼굴을 대어보면 온화하고 너그러운 나무의 마음이 느껴져요.
마치 크고 넉넉한 가슴을 지닌 스승의 품에 안긴 것 같기도 해요.
한참 그렇게 나무들 곁에 있으면 긴장과 피로는 어느새 다 풀리고
마음도 훨씬 넉넉해지더군요.
형옥님, 어제는 야생화를 보러 갔었어요. 하지만 어제는 꽃들과 사람들에게 신경쓰느라 나무를 느끼지도, 자세히 보지도 못 한 같아요. 그만큼 넉넉한 여유가 없었다는 이야기인데, 이제 홀로 있는 시간이 되면 나무를 안아도 보고, 촉감도 느껴 보고, 이야기도 나누어 보고 싶네요.
홰나무란 시를 읽으니 비로소 그런 생각이 들어요....^^
좋은 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