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다가오는 것은 무엇이든지 자연스럽게 노래의 날개를 타고 오는 것처럼 하세요♡ - 대지의 천사 -
o작년의 오늘같은 날!
바람을 피우다 낭패를 당한 할아버지 얘기로 벙긋거리는 내게 직원이 넌지시 묻는다.
“소장님, 바람이나 쐬러 가실까요?”
“어딜?”
“병산이란 곳인데, 거기에 가면 예전에 폐광이 된 곳이 있거든요.”
그런 곳인데도 잘 알려진 곳이 아니라 찾는 사람이 별로 없어 한번쯤은 가 볼만한 곳이란 얘길 할 거겠지 (예전에 한번 들은 적이 있으니까)
“K계장 다녀올게~, 잘 부탁 하네~”
얼른 채비를 챙겨 차에 올랐다.

아침부터 그렇게 썩 좋은 날씨는 아니었으나 비를 뿌릴 만큼은 아니란 생각이었기에 차 유리문을 반쯤 내려놓았는데 괜찮겠지.
뭣 보다 우선 콘크리트 건물로부터의 탈출이 신나는 일이었다.
익숙지 않은 직원의 운전솜씨마저 오늘은 퍽 배터랑 같다.
지방도를 벗어나자 조그만 소로 길이 나왔다.
아마도 경운기가 다니는 길인가 보다.
멀찌거니 지붕이 보이는걸 보니 저 안쪽 산골에도 인가가 있나?
차는 아예 풀숲을 지르 달린다.
차창 안으로 딸기나무 가시가 낯선 객을 맞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후두둑 물방울이 듣는다.
주변에 있는 나뭇잎 소리가 더 요란을 떤다.
얼른 사무실로 전화를 하여 차 문을 올려 달란 부탁을 하곤 창을 올렸다.
슬그머니 시작한 비가 제법 호기를 부리며 산 7부 능선쯤서부터 안개구름이 슬슬 피더니 아래로 내리친다.
우리가 목적지에 차를 세울 즈음엔 제법 길마저 흥건해 졌다.
그렇다고 여기서 차를 돌리랴.
직원이 트렁크에서 우산 하나를 챙겨왔다.
구두 뒤축에 뛰어오른 물로 토적 짬은 벌써 젖어 버렸으나 내친김이라 저수지가 있는 곳까지 걷기로 했다.
뱀장어가 살았음직한 웅덩이 하나를 지나서 그 폐광은 아가리를 벌린 채로 있었다.
한때의 영화를 웅변하듯 그 흉물스런 몰골은 지쳐있었고 처처에 금박 박힌 돌멩이가 뒹구는 허무의 중간으로 우리의 역사가 함께 젖고 있었다.
광산으로 강제 징용된 형제들이 펑 펑 피울음을 울고 있는 게 아닌가.
산의 속살이 다 드러나도록 비어진 그 가슴팍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속 앓이를 하였던고.
인간도 산도 나이 많은 나무도 살아가면서 받은 상처들로 모두 그 속을 비워 내는가 보다.
다물지 못하는 광산의 입처럼 마을 초입의 고목도 그 속이 휑하게 뚫리지 않았던가.

슬픔도 잠시 눈을 돌려 발밑을 보니 온갖 들풀들이 눈물을 머금고 나를 치어다본다.
어떤 녀석은 정수리께로 그 슬픔 덩어리를 쏟아내기도 하면서.
쑥 대궁 하나가 유난히 위세를 떠는 아래로 설익은 감들이 농해져 있었다.
도둑괭이, 며느리 밑씻개, 귀신아재비, 강아지 풀, 메꽃, 하~~~~~
싸리 꽃 좀 보게!
발길을 잡는 건 그것뿐이 아니었다.
저수지 윗 땀 크지 않은 미루나무  한그루가 연인처럼 기다리고 섰다.
그대가 정녕 나를 기다렸던가?

신줄 나게 내리던 비도 약간 시들 먹 해졌다.
가자. 그냥 가자!
내가 있어야 할 내 자리로............................................

*얼마전 이 폐광이 문제가 되어 국가적인 이슈가 되었지요.(경남 고성군 하이면 병산리 지선의 폐광산)
전 그 해 11월 지금의 근무처로 발령을 받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