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다가오는 것은 무엇이든지 자연스럽게 노래의 날개를 타고 오는 것처럼 하세요♡ - 대지의 천사 -

새벽에 잠을 설쳤소.
단순한 주말의 방랑이 아니었기에 그 뒤에 오는 엄청난 후유증을 예측하지 못한건 아니었소.
다소는 계산된 의도적 행동이었지만 내가 감당할 현실은 너무나 가혹 스러웠소.
누구나가 자신의 입장을 변호 할때는 아전인수격인 변명이 대부분이지만 난 정 반대요.
이를테면,얼토당토 않은 소설같은 얘길 할때는 묵비권을 방패로 한답니다.
그런 행동이 상대로 하여금 더 화를 부추길수도 있으나 상대가 나를 상대로 하여 그런 억측을 한다는 자체가 싫기 때문에 내 입으로 구차한 변명을 늘어 놓기에는 자존심이 상한다는 이유때문이오.

뿐만 아니라 그것이 도를 넘길때는 모든게 그렇다고 수긍을 해 버리오.
사실과 사실 아닌것의 중요성을 내 자신이 별로 중요하게 생각지 않기 때문인데.궁극을 얘기 하는것이 아니면 잡다한것들을 문제삼아 상대를 피곤하게 한다는자체가 어찌보면 서로간의 도리가 아닐뿐 아니라 나아가서는 사랑이라는 배려마져 앗아 버리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생각 에.
당신이 생각하기에도 나의 에고이즘이 병적이라고 진단 내릴 수 있을것이오.
하지만 그런 고집이 나를 지탱해주는 오러클 이니만치 유니크한 누구 (세상의 유일한 어느 한사람)한테 만큼은 이해 받고 싶은 심정이오.
그것이야 말로 사랑할수 있는것만 사랑하는 일반적 차원의 사랑을 너머 사랑할수 없는 부분까지도 수용할수 있는 폭너른 사랑이 진정한 사랑이라는 나의 생각을 합리화 시킬수있기 때문이오.
상대로 하여금 그런것을 요구한다는 자체가 모순일수 있긴 하지만 내가 그럴수 있다면 응당 상대도 그러해야 당연하다는 생각은 내 욕심일까요?

당신한테 한가지만 부탁 드리겠오.
지금 처해진 감당하기 힘든  주변상황들을 당신께선  당신 스스로를 담금질 하면서 굳어져야 하고 갈무리 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함께 담아서.

내게 맡겨진 문제는 내 스스로 해결해야 만 내가 나 일수 있는 유일한 명분이므로, 당분간은 내가 하는 모든일들을 내 의지에 맡겨 달라는 뜻이오.
당신의 배려가 끝없이 고맙긴 하지만 어쩌면 당신께 모든걸 의존해 버리고픈 약한 마음이 생길까 두렵기 때문이오. 물론 지금까지 내가 해 왔던 모든일들이 전부 옳았든것만은 아니나 양심이라는 것에 소홀하지 않았던 것 만으로도 내 스스로 장부 다웠노라고 자위 하고 싶소.

지금 내가 어떤 말을 하는지 조차 많이 헷갈리고 있오.
머리가 맑지 못한 이유도 이유려니와 정말이지 모든걸 훌훌벗어버리고 무위 자연으로 홀로되고픈 마음,이건 숨길수가 없구려.
자기가 무척 애끼고 소중하게 생각하던 물건이 망가졌을때 고쳐 보겠다는 생각보다는 엉망으로 짓이겨버리고픈 악마적 본성 말이오.
그게 꿈틀거리고 있오.그만큼 내 과거가 잔인하게 나를 붙들고 있음을 인지 하면서도 새로운 나날들이 나를 힘들게 할때 마다 문득 문득 그런 생각들이 마음 깊은곳으로부터 독버섯처럼 피어나고 있기 때문이오.

아침에 제일먼저 출근을 했오.
사무실 문이 잠긴채여서 교육장 주변 정원을 서성대고 있는데 어디선가 산새들 울음 소리가 들려왔었오.
꽃이 필때가 아니면 한켠에 비켜 있어 눈에 잘 띄지도 않는 목련가지를 오르내리며 때깔고운 산새 두마리가 잘게 내리는 가을비를 더불고 서로를 희롱합디다.
얼마가 지난시간  물끄런 나의 시선을 의식 했음인지 그들이 떠난 가지에는 스산한 바람 한자락이 스카프처럼 둘려 지더이다.

새들도 바람도 정돈되지않은 나의 심상을 정리 하지 못한채 전부 자기들 유희에 분주하기만 하더니, 그리고 나머지는 전부가 나의 몫이었오....

홀로 남겨진듯한 살벌한 기운에 소스라 치며 직원이 내미는 당직근무일지에 결재를 했슴니다.
"별 일 없었슴니다".
"수고했어요~"
짧은 한마디의 교환이 하느님의 성령으로 들리면서 결국 짧지않을 내 일생의 결재를 짐작해 봅니다.

오늘은 가을비를 더불고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불었오.  총총

선비(1인칭)가 세상의 모든 이(2인칭)에게 띄우는 편지.

        2004.     9.      초이레 (백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