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다가오는 것은 무엇이든지 자연스럽게 노래의 날개를 타고 오는 것처럼 하세요♡ - 대지의 천사 -
<흙속의 비밀>

할머니! 할머니!”
나는 할머니 집이 보이는
살구나무 밑에서부터 할머니를 불렀어요.

“유미가 왔구나. 어디 한번 안아보자.”
텃밭에서 상추를 뽑고 계시던 할머니가
두 팔 벌리고 유미를 안으려고 했어요.
그러나 나는 할머니를 보자, 뒷걸음질을 했지요.
“왜 그러냐? 이 할미가 싫어? ”
“난 새 옷을 입었어요.
할머니한테서 더러운 흙이 묻을까 봐 그래요.”

그날 밤 할머니는 나를 팔베개 해 눕히고 물었어요.
“유미야, 넌 흙이 더럽니? ”
“네, 옷에 흙이 묻으면 더럽다고 혼나거든요.”

할머니는 걱정스러운 듯이 혀를 찼어요.
“할머니, 서울에는 흙이 없어요.
그러니까 길도 깨끗하고, 집도 반질반질 하거든요.”
할머니는 까칠까칠한 손으로 나의 볼을 만졌어요.
“할머니 손이 까칠해서 싫지?
일하지 않는 반질반질한 서울 사람 손이 우리 유미는 좋을꺼야.”
“아녜요 할머니, 할머니한테서는 구수한 냄새가 나요.
엄마 화장품 냄새보다 더 좋은걸요.”
“에구구, 아깐 싫다면서? 할머니 냄새가 바로 흙 냄샌데? ”
“정말이예요, 할머니? ”
“정말이고 말고. 흙은 더러운게 아니고 소중한 거란다.
흙에서 곡식도 나고, 과일도 나고, 풀도 자라고,
꽃도 피지. 흙이 없으면 우린 살 수가 없단다.”

할머니께서 이야기 하는 사이에
나는 새근새근 잠이 들었어요.
이튿날이예요.

서울로 올라가는 나에게
할머니께서 작은 옹기 하나를 주셨어요.
“할머니, 이건 흙이네요? ”
“음, 흙이야. 그 속에 비밀을 하나 살짝 묻어 놓았거든.
집에 가서 볕드는 창가에 두고 사흘마다 한번씩
물을 주면 비밀이 나올거야.”
“정말이에요, 할머니? ”
집에 온 나는 흙담긴 옹기에 물을 주었어요.

며칠이 지나자 흙 속에서 푸른 싹이 돋아 났어요.
무럭무럭 자란 꽃나무는 가을이 되자
노란 꽃 봉오리를 터뜨렸지요.

“엄마! 엄마! 할머니 비밀이 나왔어요.”
“어머나, 금잔화구나!”
“엄마 흙은 참 신기해요.
흙 한 줌이 저렇게 예쁜 꽃을 피우잖아요.”
“흙은 정말 신기하구나!”
“그런데 엄마는 왜 흙을 미워해요?
내가 흙을 묻혀오면 혼내잖아요.”
“그건 네가 옷이나 손발에 흙을 묻혀와 얌전치 못한걸
야단 친거지, 흙을 미워한 건 아니란다.”

나는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리곤 엄마와 같이 창가를 바라 보았지요.
노란 금잔화는 마치 할머니의 얼굴같이 환하게 웃어 주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