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더기라고 우습게 보지 마세요'

살아 꿈틀거리는 구더기가 항생제를 능가하는 탁월한 치료효과를 갖는다는 이색적인 연구결과가 나왔다.영국 북서부의 웨스트컴벌랜드 병원의 의료진은 ‘용감한 자원자’들을 대상으로 구더기를 이용한 감염상처 치료를 임상실험한 결과 놀라울 정도로 탁월한 치료 효과를 거뒀다고 옵서버가 23일 보도했다.

의료진은 150마리 이상의 살아 있는 구더기로 감염상처와 화농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궤양 등을 처치한 결과 모든 상처부위가 100% 깨끗하게 완치된 반면,일반적인 치료법에 의존한 환자의 3분의 2는 한달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계속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태였다고 밝혔다.구더기 유충 치료법은 다른 현대적 치료법과 비교해 비용도 절반 수준이다.

이 병원의 자문의인 마이클 워커는 “극히 하찮은 연구였지만 그 결과는 매우 놀라울 정도로 결정적인 것이어서 구더기 유충치료법을 주류 치료법으로 인정받도록 하기 위해 이번 임상실험 결과를 최초의 구체적인 증거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구더기는 미국 남북전쟁 당시 실제로 병치료에 이용됐으나 항생제의 발견 이후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구더기는 고름을 빨아들이고 박테리아와 곪아들어가는 근육조직 등을 먹어치우는 반면 건강한 근육조직은 건드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학계에서는 항생제에 대해 내성을 갖는 이른바 슈퍼버그(superbug)가 등장하면서 대안으로 새로운 치료법을 모색하는 연구가 진행중이라고 옵서버는 보도했다.  런던=AFP연합


<국민일보 200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