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고기를 먹는 문제를 두고 미국과 일본이 한 판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일본은 2개월간 160마리의 고래를 포획하기 위해, 연구 목적의 포경선박 6척을 지난달 29일 북서태평양 지역으로 출어시켰다. 이에 대해 미국 정부는 외무장관 회담에서 『미국이 제재 조치를 취하지 않도록 협조해 달라』며 일본측 자제를 촉구했다. 이어 미 상원의원들은 일본에 제재를 취하라는 성명을 냈고, 노먼 미네터 미 상무장관이 7일 『일본이 고래 포획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경제적 제재를 가할 방침』이라고 직접 경고를 발했다.

이에대해 일본 정부는 반발했다. 다니 요이치 농수산상은『고래는 지금「위대한」바다의 깡패가 돼버렸다』며 『멸종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도가 지나치다』고 고래잡이의 정당성을 역설했다.

일본의 고래잡이에 대한 「의욕」은 엉뚱하게 도미니카 환경 장관의 사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달 호주에서 열린 국제포경위원회(IWC)에서 턴 마틴 장관은 『일본 정부가 상업포경 재개를 위해 아프리카나 카리브해의 작은 나라들에 원조 제공을 미끼로 금품 공세를 벌였다』며 항의 사표를 제출했다.

고래 고기를 즐겨 먹는 일본인들은 지난 86년부터 시작된 상업 포경 금지 조치 때문에 고기 값이 비싸졌다며 불만이 많았다. 또 『멸종되는 고래를 먹는 야만적인 민족』이라는 모멸까지 받는데 더이상 참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일본은 포경 확대를 외치고 나온 것이다.

『미국에 물러서지 말라』는 내용으로 일본 각 신문에 실리는 기고와 칼럼들을 보면 크게 두가지 논리를 내세운다. 첫째, 고래는 멸종 위기 동물이 아니라는 것. 특정 몇 종을 제외하면 오히려 너무 많아져서, 고등어 정어리 꽁치 등 사람이 먹을 생선들까지 먹어치워 문제라고 한다. 또하나는 「반 포경이 자연보호 운동이라기 보다는 정치적 쇼」라는 주장.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 등 환경운동에 관심이 많은 나라 정치인들이 표와 후원금을 모으기 위해 그 위험을 과장하고 있으며, 거대 조직화된 환경단체들도 생존을 위해 「멸종 위기」를 과장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압력에 굴하지 않고 포경을 계속하는 노르웨이처럼 우리도 우리 목소리를 내자』는 주장이 번지면서, 고래 싸움은 제2의 「노(NO) 라고 할 수 있는 일본」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조선일보 2000/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