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다가오는 것은 무엇이든지 자연스럽게 노래의 날개를 타고 오는 것처럼 하세요♡ - 대지의 천사 -
고려때에는 나라잔치때 포구락(抛球樂)이나 보상무(寶相舞)라는 춤을 추었는데 이때 붓을 드는사람을 "봉필"이라 한다.

일전 선비 랑 제법절친한 친구의 막내 아들이 교통사고로 죽음을 맞았다.

만신창이로 일그러진 놈의 깎은 머리를 멀건둥하게 바라보는 친구의 몰골앞에서, 한의사인 다른 친구가 녀석의 용천혈에 깊숙히 바늘을 꽂아넣으며 머리를 좌우로 흔들어 보일때, 친구도 또다른 친구도 나도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사고직후, 화면 표시창에 나타나는 맥백의 진동수를 확인해 가면서 출혈로 엉망이된 두개골에 메스를 대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로 고민하다가 결국은 그대로 당분간을 지켜 보면서, 국내에서 신경계통에서는 최고권위자라는 먼곳 친구에게까지 자문을 구하며 숙고를 했으나.......

응급실에 무생물처럼 방치?된 놈의 머리맡에 부적을 하나 쓰기로 하고 경명주사를 구해 선비의 서재로 왔다.

반야바라밀다심경에 나오는 한구절을 경명주사로 써서 환자의 머리밑에 놓아두면 죽은 시체도 생기를 찿는다는 속설을 믿으면서 선비가 봉필이 된것이다.

하지만 재천인 인명을 어이하리!

일주일을 넘기지 못하고 시립 화장장 굴뚝의 한뭉텡이 연기로 사라지고 말았으니........한줌남은 뼛가루를 안고 절규하는 친구의 흰머리가 오버랩 되었다.

눈물이 맺혀 볼록렌즈현상을 일으켜서다.

죽음을 "땅보탬"이라 했던가.

주검을 지켜섰던 친구의 가족들과 녀석의 영원한 안식처를 만들기 위해 통영의 명사찰인 "미래사"뒷산에다 무가보(無價寶:값을 상정키 어려울만큼 가치있는 보배)를  흘렸다.

바람이 미온했고, 산천이 숙연했으며, 초목도 묘사(妙思)했다.

자식을 가슴에 묻은 친구는 매일을 술로 보내고, 짐승같은 표효에 친구들도 술로서 달랬다.또 일주일을 술로서 보내고,또한번의 일주일도 술로서 보냈다. 그리고 이번에 맞은 일주일 역시 술로서 보낼양이다. 밤이면 괴로워 하는 친구의 설움을 달랠길이 막연하다. 그래서 꾀를 부린것이다. 묘책이었다!

나라잔치가 아니라도 우리가 만든 포구락이나 보상무를 계획했던 것이다.

선비가 붓통들고, 한의사인 친구는 침통들고, 자식잃은 친구를 화구챙겨들려 주유 하면서, 의사 기리운 동네에서는 환자 돌봐주고 집집마다 "가훈"적어 집안 뼈대 세워주고, 늙은이들 초상화그려 안방에 걸어주면 그것이 "봉필"이 아니겠는가!

사람이 술때문에 주출망량(낮에 나온 도깨비)같은 행동을 하다보면 그것이 習이되어 진정한 환자가 될터이니 그것을 방지 하는일이 "봉필"짓 보다야 낫지 않으랴!

(*이번에 일을 당한 친구는 이당 김은호화백에게서 사사받은 자임)

                                                                                                               선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