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 시를 읽고 싶을 때가 있지요.
누구나 그럴 때가 있으리라 생각해요.
오늘도 어느 시인의 시 한편을
자연음악 속에 띄워 봅니다.


     제목 : 구름의 아홉번째 지나감

                             시인: 장석남

마음 흐린 날
학림 다방 창문가에 앉아      
구름 지나가는 것을 센다
아홉번째 구름의 지나감
엄엄한 가장 행렬
우리가 그동안 그렇게 했던,
불  끈 유랑 악단
발목이 시겠다
거기거기쯤에선 발목도 벗고 싶겠다
손톱이 꾹꾹 탁자의 나뭇결 따라 새기는
구름의 아홉번째 지나감
잠시 햇빛 나다 다시 흐리면
소리 막 그친 듯
눈시울 스치는
불 끈 유랑 악단


                                                   문학과 지성 간 장석남 시집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