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중순의  어느 토요일 오후였던가.
지하철 전동차 안에서
고추잠자리 한 마리를 만났어요.
짐 올려놓는 선반가에
꽁지가 빨갛다 못해 자주빛이 도는
조그마한  몸집의 잠자리가 부들부들 떨며
앉아 있는 거였어요.
녀석을 보고
나는 어쩔까 망설이다가
두 손으로 손가락 초롱을 만들고
그 속에 잡아 가두었죠.
혹시 개구쟁이 손에 들어가
잘못되면 어쩌나 했던거지요.
종로 3가까지,. 그리고  3호선 지하철로 바꿔타고
목적지인 안국역에서 내릴 때까지
녀석은 내 손 안에서 더욱더 부들부들 떨고 있었죠.
현대미술관 근처까지 걸어가서
쥐똥나무 위에다 녀석을 풀어주었는데
그녀석
내게 아무말도 안하고 휘리릭
날아가 버리는 거예요.
혹시 자신의 자유 의지로 선택한 길이
엉뚱한 사람에 의하여 방해받았다고
기분 나빴던 것은 아닌지,
내가 지나친 우월 의식으로
녀석이 원치도 않는 보호를 했던 것은 아닌지,
지금 생각해봐도 알쏭달쏭........
잠자리 신분에 지하철을 탄 녀석이
엉뚱한 것인지,
그 잠자리를 잡아 가두어
내게 필요한 장소로 옮겨 가 풀어준 것이
엉뚱한 짓인지,
암만 생각해봐도 알쏭달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