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호의 유럽통신]60년만의 가뭄

[세계일보 2005-07-01 20:57]  


유럽 각 지역이 최근 60년 만에 최악의 가뭄과 고온 등 기상이변으로 극심한 피해를 보고 있다.
가뭄 피해가 가장 심한 지역은 스페인과 포르투갈, 그리고 북부 프랑스와 이탈리아 지방이다.

스페인 남부 지중해 연안인 안달루치아와 알리칸테, 무르시아, 피레네 산맥에 접한 카탈루냐 지방은 30일(현지시간) 현재 1947년 이래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 강과 하천, 호수와 저수지의 물이 말라 바닥이 드러나고 초지가 황무지로 변하고 있다. 농지가 쩍쩍 갈라지고 농작물이 말라죽어 농민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이 지역은 63%가 물 부족으로 주민들이 식수난과 올리브·포도 재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안달루치아 지방에서는 지하수를 뽑아 올리기 위해 땅속 1000m까지 관정을 뚫는 곳도 있다. 무르시아 지역의 타호 강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스페인의 최대 담수호인 후에스카 호의 물도 9월까지 비가 내리지 않으면 바닥이 드러날 판이어서 지역 주민 식수 공급조차 어려울 것으로 우려된다. 카탈루냐 지방의 890개 마을은 이미 제한급수 단계를 지나 하루 8분밖에 수돗물이 나오지 않는 곳도 있다.

이웃나라 포르투갈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30일 수도인 리스본 남단 지역에서 대서양에 이르는 남부 지역은 가뭄 비상사태를 선포, 제한급수는 물론 물절약 전쟁에 돌입했다. 전 국토의 48%가 ‘극심한 가뭄’ 지역으로 선포됐다. 50∼100%의 농산물 수확 감소가 예상되는 지역이 허다하다. 두에르 강물을 둘러싸고 이웃 스페인과 ‘물 전쟁’이 벌어져 소송사태로 이어졌다.

이탈리아 북부지역도 계속되는 가뭄으로 농작물 피해가 막심하다. 호수와 저수지 강물이 50% 이상 줄어들었으며 연일 고온이 계속되고 있다. 밀라노 피렌체 토리노 등 대도시는 섭씨 30도가 넘는 열파가 계속되고 있다.

프랑스는 북부 대서양 연안지역이 심한 가뭄 피해를 보고 있다. 28개 지역에서 물부족으로 제한 급수에 들어갔고 농작물 피해가 극심하다. 알프스와 피레네 산맥은 만년설이 계속 녹아 10년 후에는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선진공업국들의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교토의정서 협력이 미진한 가운데 기상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유럽은 유럽헌법 무산 이후 또 하나의 큰 시련을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