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의 금요일」에 태어난 생후 13일 된 송아지가 구제역 파동으로 실의에 빠진 영국 농민들에게 모처럼 기쁨을 안겨줬다.

데번주(주) 액스킨스터 인근 농장에서 태어난 암송아지 ‘피닉스(Phoenix)’는 이웃 농장에서 구제역이 확인된 데다 불길한 날 출생했다는 이유 때문에 생후 5일만에 소·양 65마리와 함께 도살에 처해졌다.

피닉스는 그러나 지난 23일(현지시각) 농장 소독을 위해 방문한 방역요원들에 의해 살아남은 것이 발견됐다.

어미소 옆에 바짝 누워있다가 독(독)주사 도살을 면할 수 있었던 것.

이후 가여운 모습의 흰색 송아지 사진과 사연이 언론에 소개되면서, 구제역에 걸리지 않은 새끼까지 무차별 도살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여론이 비등했고, 피닉스의 운명은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됐다.

마침내 영국 정부는 26일 구제역 감염 여부를 최종 확인한 후 피닉스를 살리기로 결정했다. 또 하루 40건에 이르던 구제역 발생이 최근 15건 정도로 줄었다며 무차별 도살정책도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피닉스는 결국 자신의 이름 뜻(불사조)처럼 두 번이나 죽음의 위기를 넘겼고, 구제역 파동으로 시름의 나날을 보내던 농민들에게는 ‘희망’을 선물했다.


<조선일보 2001/04/28>


* 아랑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3-04 2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