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랑님과 자연음악을 사랑하시는 님들께
아직 미숙한 구연동화라 부끄럽지만 들려 드리러 왔어요.
게으름을 피우다 시낭송보다 먼저 준비하게 되었네요.
자연음악과 잘 어울리는 시를 아직 찾지 못했거든요...
여전히 편안하고 아름다운 음악 감상하며 차분하게 밤을 밝히다 물러 갑니다.
좋은 주말 되시고 가까운 자연과 벗하시는 밝고 건강한 날들이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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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꿈꾸는 풀잎  

봄바람이 살랑대는 언덕 위로 풀잎이 고개를 쑤-욱 내밀었어요
“나비님! 우리하고 놀아요. 어? 까치님! 이리 좀 오세요.”
풀잎이 애처롭게 불렀지만, 모두들 모르는 척 그냥 지나가 버렸어요.
시무룩해진 풀잎은 축 늘어졌지요.

“풀잎들아, 너무 슬퍼하지 마. 자, 고개를 들어봐. 이 향긋한 냄새는 어떠니?”
“흠흠, 바람님, 이 향기는 어디서 왔지요?”
“허허, 산과 들엔 봄꽃들이 한창이에요.”
“그래요? 그런데 우리는 예쁘지도 않고 향기도 없어. 그래서 아무도 우리를 좋아하지 않나봐.”
풀잎은 금새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어요.
“아, 아니지. 이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것은 아무 것도 없어. 풀잎도 꼭 필요해서 있는 거야.”  
“아니에요. 우리는 아무 쓸모도 없어요.”
풀잎은 훌쩍훌쩍 한참을 울었어요.  

더운 여름이 되자 무럭무럭 자란 풀잎은 더욱 슬퍼졌어요.
글쎄, 산토끼와 엄마소가 풀잎을 마구 뜯어먹지 뭐예요?
“야아! 싫어. 저리 가….”  
이리 저리 뜯기고 짓밟혀서 보기 흉하게 망가졌어요.  
“엉엉! 왜 우리를 괴롭히는 거지? 우리도 꽃들처럼 꽃밭이나 화분에서 조용히 살고 싶다구.”

“허허 얘들아, 그런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야. 저기 구름 할머니! 말씀 좀 해주세요.”
하늘 위를 떠다니던 구름 할머니가 천천히 내려오셨어요.  
“풀잎들아, 너희는 있는 그대로가 훌륭해요.”    
“훌륭하다고요?”    
“그럼. 아, 누가 일부러 심거나 가꾸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튼튼하게 자라지 않니?”    
“하지만 여기 저기 아무 데나 있는 그런 풀인걸요, 뭐.”
풀잎은 구름 할머니의 말도 듣지 않았어요.

어느덧 가을이 되고 날씨도 서늘해졌어요
“저것 좀 보렴. 풀잎을 먹어서 산토끼랑 엄마소가 통통하게 살이 쪘네.”
“그래서요? 저길 보세요. 감나무에는 맛있는 감이 열리고, 밤나무에는 밤이 열렸어요.
그런데 우리는 아무런 열매도 없잖아요.”
바람 아저씨도 이젠 지쳐서 더 이상 말이 없었어요.
“휘히힝------”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풀잎도 시들고 뿌리만 땅 속에 살게 되었어요.

첫눈이 내리던 어느 날, 누군가 땅 속의 풀뿌리를 가만가만 깨웠어요
“풀잎들아! 일어나 봐.”
“누구야?”
“우린 첫눈이야. 그런데 바람 아저씨가 너희에게 전할 소식이 있대.”  
“그래?”
“그런데 너희들 같은 맛있는 풀잎을 많이 먹어서 아기 토끼랑 송아지가 건강하게 태어날 수 있었대.
  아기를 태어나게 하는 건 아무나 할 수 없는 거잖아.”  
“정말?”
“그럼. 아무리 예쁜 꽃도 그렇게 훌륭한 일은 못할걸.”
풀잎은 아기 토끼랑 송아지 생각을 하니 갑자기 온 몸이 간질간질 기분이 좋아졌어요.  
  
“와, 힘이 막 솟는 것 같아. 아기들이 보고  싶어.”    
새로운 봄을 꿈꾸는 풀뿌리들 위로 첫눈이 소복소복 쌓여갔어요.

글/미상
구연/정경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