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생각] 지난달 베스트에서 퍼온 글입니다.
좋은 글이니 친구나 가족에게 추천하라고 되어 있어
자연음악 사랑회 회원들에게 소개합니다.

단순 소박하고 기교도 없이 짧은 글이지만
읽고나니 눈물이 납니다.
여러분!
한번 읽어보세요.


                                                       마지막 용돈

  큰동서는 일흔두 살까지 개인택시를 운전하였다. 나이 때문인지 시력도 떨어지고 기억력도 나빠져 손님을 태우고 길을 잃는가 하면, 가끔 집으로 오는 길까지 잊곤 했다. 결국 칠십 평생 일해 장만한 전 재산이자 마누라 같은 차를 팔아야 했다.

  차를 팔던 날, 큰동서는 늘 택시를 세워 두던 아파트 주차장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아파트 노인회장이 그 모습을 보고 위로도 할 겸 함께 약주를 나누셨는데, 이것이 화근이었다. 새벽에 화장실을 가다 쓰러져 급히 병원으로 옮겼는데, 중풍이라는 것이 아닌가! 의사의 진단대로 동서는 그 기막힌 일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기억력과 언어에 장애가 생겼다.

  동서는 슬하에 딸만 넷을 두었는데 큰딸이 사업을 하다 망해 이혼했고, 그 빚을 갚느라 큰동서네 집도 팔았다. 그래서였을까, 큰딸이 간호할 때면 투정이 더 심했다. 그래도 네 딸들은 정성껏 간호했다. 덕분에 의식이 돌아오고 점차 나아졌다.

  그런데 퇴원하고 얼마 안 있어 큰동서가 자꾸 장농 위를 가리키며 힘겹게 '요옹~도온~'을 되풀이하였다. 아직 헛소리를 하시나 싶어 무심코 넘기다가 하루는 이를 이상히 여긴 큰딸이 장롱 위를 살펴보니 거기에는 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하얀 봉투 다섯 장이 놓여 있었다.

'큰딸에게'라고 적힌 첫번째 봉투에는 만 원짜리 다섯 장과 함께 '기죽지 마'라고 쓰여 있고, 둘째에게는 '손녀딸 현주 학원비'하고 만 원짜리 다섯 장, 셋째와 넷째에게도 각각 5만 원씩을 넣었으며, 마지막으로 아내 앞으로는 '곗돈'으로 7만 원이 들어 있었다. 그날 밤 큰동서네 다섯 식구는 남편의 사랑, 아버지의 사랑에 겨워 봉투를 안고 밤늦도록 눈물로 지새웠다고 한다. 우리 큰동서가 하루 빨리 건강해지기를 기도한다.

                                                            김진영 님 / 서울 강서구 등촌2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