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배



흔들리며 흔들리지 않으며 나아가네
깊은 물 얕은 물 타고 가네
어둠 내려 어둠 속에 잠들면
작은 배 가득 쌓인 눈

비가 내리면 비가 되어 흐르지
고이는 빗물 퍼내며
슬프건 슬프지 않건 노래 부르네
바람이 불어도 불지 않아도 가네

폭풍에 뱃머리 부서져 물이 들면
물을 퍼내다 퍼내다 내 몸 줄여
작은 조각배에 몸을 싣지
홍수 낭떠러지도 신이 나네

어허 어허야 어느새 노래도 흘러
흔들리며 흔들리지 않으며 나는 가네
밤에도 낮에도 보이지 않는 바다
생각도 끝도 없이
빠르게 빠르지 않게 흘러가네.


2003. 1. 23 눈 쌓인 새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