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준 교훈

조그만 읍내에 직장이 있는데 집에서 그리 멀지도 않고 해서 자전거로 다니기도 하고 때로는 걸어서도 다닙니다. 다니는 길에는 울퉁불퉁 보도블럭이 깔려 있고 그 옆에는 허름한 구멍가게랑 이발소가 있는데 이발소 앞에 낡은 의자가 놓여 있고요. 의자에는 할아버지 한 분이 출퇴근 무렵 앉아 계십니다. 허름한 옷차림에 양쪽 볼은 불그스름하며 입가에는 웃음을 머금고 계십니다. 늘 그 길을 무심히 지나치는데, 그분은 저만 보면 활짝 웃으시는 겁니다.

오랜 시간을 그렇게 지낸 어느 날이었어요. 보도 옆에는 축 늘어진 측백나무가 있었는데 걸어다니자면 머리를 숙이지 않고는 걸어갈 수가 없어 늘 고개를 숙여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그 앞을 지나며 늘 고개를 숙였던 것인데, 할아버지는 제가 인사를 하는 줄 알고 그렇게 웃으며 제 인사를 받으셨던 것입니다.

찡한 무언가가 마음 한구석으로 밀려들었어요. 보잘것없는 측백나무가 나를 겸손하게 한 것이며, 할아버지 얼굴 가득 환한 웃음을 머금게 한 것도 바로 그 나뭇가지였습니다.

그 뒤로는 나뭇가지 때문이 아니라 정말 할아버지께 반갑게 인사를 드렸는데, 할아버지는 자리에서 일어나 반갑게 인사를 받아 주십니다. 마음이 참 편안하고 행복한 것 있지요. 어느 날부터인가는 혹여라도 할아버지가 안 계시면 다음날까지 내내 궁금합니다.

이제 그 측백나무 늘어진 가지는 잘려 나가고 없어 좀 아쉽지만, 내게 겸손함을 가르쳐 주고 할아버지와의 따뜻한 유대를 갖게 해 준 나뭇가지에게 고마운 마음은 늘 잊지 않을 겁니다.

이기락 님 / 충북 괴산군 증평읍

   [좋은 생각]에서 퍼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