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기 님의 작품 [소나무의 탄생] 을 보고 있노라니
정말로 가슴 짜릿하게 생명에 대한 외경심이 느껴지네요.
카메라를 들고
순간 포착을 할 때의 그 마음!
[사랑]으로 충만한 마음이 겠죠?

카메라를 들고 작품의 대상을 찾아
먼 길을 마다 않는 김종기 님,
님에게  어울릴 만한 따뜻한 글이 있어
여기에 또 옮겨 봅니다. (좋은 생각 -2월호에 실린 정용철님의 글)
김종기 님의 마음도 아마 이분의 마음과 같으실 거라 짐작해봅니다.


제목: 제목은 없이 글만 실려 있더군요.

                   글 : 정용철/ 좋은생각

봄이 오면 빨리 일어날 것입니다.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들로 산으로 달려 갈 것입니다.
꽃과 잎, 시작과 설렘, 환희와 기쁨을 찍을 것입니다.
순수와 진심으로 그들을 만날 것입니다.
생명으로 만나고 사랑으로 이해할 것입니다.
그 안에서 기쁨과 눈물을 보고 아쉬움과 그리움을 만나고 고통과 승리를
찾아 필름에 담을 것입니다.
봄이 오면 봄비를 맞을 것입니다. 봄비가 마른 가지를 적시면 어떻게 움이
트고 꽃이 피는지, 잎이 돋고 키가 자라는지를 클로즈업해서 찍을 것입니다.
비가 그치면 가지마다 방울방울 맺혀 있는 물방울을 찍을 것입니다. 이때
는 잠시라도 햇빛이 비치면 좋겠습니다. 햇빛이 내려오면 물방울은 보석처럼
영롱하게 빛날 것이고 그 빛 안에서 물방울은 생명의 이야기를 조잘댈 것입
니다.
할미꽃도 찍어야 합니다. 고개 숙인 할미꽃은 슬픈 할미의 사연을 담고 있
어 늘 안쓰러웠습니다. 올봄에는 꼭 그 슬픔의 표정을 찍을 것입니다. 너무
나 슬프고 가슴이 아려 일어서기 조차 힘든 감정으로 땅에 엎드려 찍을 것
입니다.
잎이 돋아나 가지에 자리를 잡으면 꽃은 떨어집니다. 이때에는 강가로 달
려가 벚꽃이 우수수 바람에 날리는, 서럽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한 풍경을 쫓
을 것입니다. 그리고 하얀 꽃잎들이 물 위에서 떠도는 모습도 놓치지 않을
것입니다.
여름에는 소나기를 피하지 않을 것입니다. 옷을 입은 채로 흠뻑 젖어도 좋
습니다. 축축함과 차가움, 답답함을 느끼면서 비에 젖은 나무와 숲과 빗줄기
를 찍을 것입니다. 생명은 비를 맞으면서 자라니까요.
사진은 해가 얼굴을 내밀 때 찍어야 좋지만 비가 내릴 때 찍어도 괜찮습니
다. 이런 날은 색이 더 분명하고 은은한 분위기가 연출되니 괜찮습니다.
태풍이 불어오면 빨리 바닷가로 달려가 높은 파도와 세차게 부는 바람을
찍을 것입니다. 생명은 변화를 통해 성숙하고 고통을 통해 열매 맺으니까요.
가을이 되면 먼저 가을이 오래오래 머물기를 기도할 것입니다. 가을은 언
제나 너무나 빨리 지나가기 때문입니다. 기도가 끝나면 카메라를 들고 높은
산으로 올라갈 것입니다. 가을이 높은 산으로부터 아래쪽으로 내려오면 나도
따라 같이 걸으면서 옥색 하늘과 붉은 단풍과 빨간 열매와 노란 낙엽을 찍
을 것입니다.
올가을에는 특히 열매를 많이 찍을 것입니다. 빨간 열매, 노란 열매, 까만
열매를 색깔별로 빠짐없이 찍을 것입니다.
예전에는 상처가 없는 것들만 찍었지만 올가을에는 벌레 먹은 열매도 찍고
상처 입은 낙엽도 찍고 흔들리는 갈대도 찍고 서리 맞은 들국화도 찍을 것
입니다. 가을은 생명의 끝이 아니라 생명의 시작이고 온전함만 아름다움이
아니라 부족함과 아픔 또한 아름다움인 것을 이제는 알기 때문입니다.
가을이 더 기다려 주면 다양한 모습의 길을 찾아 떠날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길에는 삶의 이야기가 흐르고 있으니까요.
겨울이 되면 눈이 올 것이고 눈이 오면 눈을 맞으면서 눈 속을 걷는 사람
들과 가로등 불빛 아래 흩날리는 눈발과 돌담 위에 소복이 쌓인 눈을 찍을
것입니다. 그런 다음에는 남쪽으로 가 동백꽃을 찾을 것입니다. 하얀 눈 속
에서 붉게 피어난 동백꽃은 눈이 녹기 전에 빨리 찍어야 합니다.
참! 따뜻한 남쪽 겨울 바다의 은빛 여울이 빠졌네요. 그럼 그것도 찍어야지
요. 호수같이 잔잔한 겨울 바다에 바람이 살랑살랑 불 때 반짝이는 은빛 여
울은 눈을 시리게 합니다. 작은 배 한 척도 그 안에서 같이 반짝이면 좋겠습
니다.
좋은 농부는 봄에 씨앗을 뿌릴 때 어느 가을날의 추수를 떠올리며 웃음 짓
습니다.
좋은 어부는 그물을 기울 때 싱싱하게 퍼득거리는 고기를 마음의 손으로
만져 봅니다.
좋은 화가는 화판을 펼 때 이미 자기 방 벽에 완성된 그림을 걸어 둡니다.
이 세상 모든 아름다운 꿈은 이루어집니다.



글에서 자연 사랑의 마음이 넘 따뜻하게 느껴져
좋아 좋은 생각 2003년 2월호에서 옮겨 적고
많은 분들과 함께 하고자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