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 나갈 때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자연음악을 듣는 일이 저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날씨가 춥지 않을 때는 차창문을 조금 열어놓고
음악을 좀 크게 틀어놓곤 한답니다.
길가의 가로수들이랑 같이 듣고 싶은 마음에서 이지요.
그렇게 좋아하다 보니 차츰 노래를 따라 부르는 일이 잦아졌지요.
조그만 제 자동차 안에서 마음껏 혼자 따라 부르다보면
알 수 없는 깊은 행복감에 젖고
너그러운 마음과 겸손한 마음이 스며듭니다.
'빛과 물과 나무와 바람' '여명'을 특히 좋아해서
노래를 한참 따라 부르다보면
그저 한없이 이 자연음악 속에 잠겨 있고 싶어지곤 한답니다.
그런데 노래를 따라 부른다고 하면 제가 성악에 무슨 소질이라도
있는 사람인가 하고 오해하실 분이 계실지모르겠습니다.
저는 나이도 많고 또 성대에 결절이 생겨 수술을 해야했을 정도로
목청도 좋지않아 노래라고 하면 제일 먼저 꽁무니를 빼게 마련인
사람이었거든요.  (게다가 음치에 박자치까지 겸비한 수준)
근데요, 참 이상하지요.
자꾸 따라불렀더니 제가 듣기에
제 목소리가 희안하게 예전보다는 훨씬 좋아진 것 같아요. (착각인가?)
그래서 요즘은 집에 혼자 있게 되는 시간이면
얼른 cd를 틀어놓고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상태에서
마음껏 노래에 몰입하곤 한답니다.
우리 가족들이 알면 이해 못할 일입니다. (좀 돌았다고 할 걸요)

비록 좋은 목소리는 아니지만 노래를 부를 때,
제 자신이 한포기 조그만 풀이나 나무가 된 기분이 들고,
푸른 하늘과 대지, 온갖 생물과 무생물들이
저와 한데 어우러져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때도 있어요.
또 어떤 때는 텅 빈 마음이 되어 제 자신조차 없는 것 같고,
다만 내 몸은 우주의 숨결이 드나드는  한 개의 피리가 된 듯한 상태,
그런 상태로 노래를 부르고 있으면
깊고 고요한 행복이 가득 차오르곤 해요.

우리 가족들도, 그 누구도, 아무도 모르는
저만의 소중한 행복을 (좀 부끄럽지만)
오늘 이렇게 고백합니다.
(에구, 정말 부끄럽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