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저녁이 슬슬 걸어 오고있습니다.
그가 지나는 곳에는 영락없이 물들고 있습니다.
겨울을 지나온 갈대와 마른 잔디,솔숲과 대나무 뒤켠,게처럼 납작한 집들,막돌로 쌓아올린 한쪽 어께를 늘어뜨린 돌담,조그만 둠벙,인생처럼 나있는 논뚝길,바람소리,우수수 갈대숲속의 솔새들,농부들의 경운기 소리,그 뒤로 보이는 에께가 넓은 산.....
그 모두가 붉게 물들었군요.
우리의 일상도 보람있던 하루든,무료한 하루든,복잡했던 하루든,가슴아픈 하루든,젊은 나이의 하루든,어린아이의 하루든,나이들어 굽어진 산등같은 나이든,내일이면 먼곳으로 이민을 가는 사람이든,내일이면 결혼을 하는 젊은 청춘의 남녀든,사고로 먼곳으로 부모를 떠나본낸 삼남매의 하루든,암병동에 산소호흡기로 하루의 숨을 힘겹게 쉬는 환자든,자식을 멀리 보내고 시골 부억에 청솔가지를 지피는 노모든,한번도 걸어서 밖에 나가본적이 없는 장애의 소녀든,잠시 하루만 왔다가는 하루살이든,세상저편 어느곳에서 계신 나의 어머니든,마누라와 아침부터 싸우고 나온 어느 직장인이든....  그 모든 이마에 황혼이 붉게 물들고 있습니다.
모두가 하루를 가졌을 뿐입니다.
그 순가 순간마다 신의 예언이 있고,의문이 있고 답이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내일이나 과거는 없습니다.
그저 그순간에 현재와 과거와 미래가 동시에 있을 분입니다.
우리가 움지고 발을 딛고 저 황혼의 들녘을 걷는 순간 뿐입니다.
걷는 걸음마다 사랑과 찬양일 뿐입니다.
한숨 한숨속에 사랑의 吸과 감사의 呼일 뿐입니다.  
어찌 사랑하지 않으리오.
어찌 눈물을 흘리지 않으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