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홍수… 지구촌 기상이변 몸살

[한국일보 2005-06-27 18:47]    

지구촌 곳곳이 기상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 남부에서 100년 만에 최악의 홍수가 발생하는가 하면 서남아와 유럽에서는 불볕 더위와 가뭄이 기승을 부리면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중국 광둥(廣東) 광시(廣西) 장시(江西) 푸젠(福健)성 등 동남부 지역은 2주째 연일 쏟아진 폭우로 27일 현재 567명이 숨지거나 실종되고 1,000만 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4개성에서만 가옥 10만 채 가량이 부서지는 등 경제적 손실만도 203억 5,000만 위안(2조6,000억원)에 달하고 있다.

베이징(北京)_홍콩을 연결하는 징주(京九)철도의 일부 구간이 매몰돼 이를 복구하는 데만 최소 100억 위안(1조 3,000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광둥성 광저우(廣州) 일원에서는 시간 당 1,000㎜의 비가 내려 400년만의 최고 강우량으로 기록했다.

반면 베이징을 중심으로 한 허베이(河北) 랴오닝(遼寧) 산둥(山東) 등 북부지역은 40도를 넘는 살인적인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산시(山西)성의 한 화학공장에서는 더위로 폭발물이 터져 수 백 명이 부상했다. 일사병으로 숨지는 노인들도 늘어나고 있다. 전력사용 급증과 물 부족 현상 등으로 일부 지역 공장 등은 조업단축에 들어갔다.

인도 파키스탄 등 서남아시아는 50도가 넘는 살인더위가 한 달째 계속되고 있다. 일사병과 탈수증 등으로 피해가 속출하면서 인도 네팔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4개국에서는 27일 현재 375명이 숨졌다.

폭염으로 땅이 갈라지고 댐과 강이 말라 붙었으며 우기(몬순)가 늦어지면서 더위로 인한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 인도에서는 일부 지방에서 50도까지 올라가는 기록적인 더위로 200명 이상이 숨졌다.

우타르 프라데시와 마디아 프라데시주에서는 마실 물이 부족해 마을 주민들이 15㎞ 떨어진 곳까지 물을 길으러 가는 소동이 벌어졌다.

뉴델리에서는 기온이 42도를 웃돌면서 이 달 들어 첫 3주간 맥주 판매량이 600만병에 달하는 기록을 올렸다. 방글라데시에서도 한달간 지속되는 폭염으로 100명 이상이 숨졌다.

방글라데시 기상청 관리는 “올해는 몬순이 늦어지면서 농토를 태우고 인명을 앗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에서는 지난 주 65명 이상이 숨진 가운데 중부 펀잡주는 26일 46도까지 올랐고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는 4년 만에 최고기온을 보였다.

유럽의 찜통더위도 예사가 아니다.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은 무더위 속에 가뭄이 이어지면서 식물이 말라죽고 식수를 공급하는 댐까지 바닥을 드러내는 등 피해가 늘고 있다. 곤칼베스 포르투갈 지방의회 총무는 “댐이 2개월째 말라 붙어있어 주민들이 소방서에서 식수를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