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기후·지형이 바뀐다… 스페인은 사막화

[중앙일보 2005-06-30 06:16]    
  
[중앙일보 박경덕.유권하] ▶ 28일 수은주가 섭씨 36도에 이른 이탈리아 로마에서 관광객이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기념관 앞에 있는 분수에 들어가 더위를 식히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올해 폭염이 2만 명의 사망자를 낸 2003년보다 더 심각할 것으로 예측했다. [로마 로이터=연합] 지구 온난화로 유럽의 기후와 지형이 변하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사막화가 시작됐다는 경고가 나온다. 4만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2003년의 유럽 폭염이 이상 기후가 아닌 상시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을 조짐도 보이고 있다. 이탈리아 북부에서는 최근 계속된 폭서로 16명이 숨졌다고 현지 언론이 29일 보도했다. 프랑스와 알바니아에서도 10여 명이 더위로 사망했다. 탈수증세와 심장혈관 이상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줄을 서고 있다.

◆ 사막화 시작된 스페인=파이낸셜 타임스는 28일 "과학자들은 50년 안에 스페인 국토의 3분의 1이 사막으로 변할 수 있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이미 스페인의 겨울이 너무 온난해 황새들이 더 이상 북아프리카로 날아가지 않고 계속 스페인에 머문다"고 밝혔다. 유럽환경청(EEA)은 100년 안에 스페인의 평균기온이 4도 정도 더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스페인 중남부의 많은 지역이 수주일째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무더위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다 1947년 처음 강수량을 측정한 이후 최악의 가뭄이 겹쳤다. 메마른 산에 불이 자주 발생해 국토가 황폐해지고 있다. 현재까지 농작물 피해액만 16억 유로(약 2조원)에 이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스페인 당국은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해변지역에서도 제한 급수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탈리아 북부 지역과 벨기에.포르투갈에서도 가뭄에다 고온으로 인한 수분 대량 증발 사태가 발생해 물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극심한 가뭄과 폭염이 기상이변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 프랑스.이탈리아.독일도 폭염= 프랑스의 국립기후변화영향관측소(ONERC)는 최근 "지구 온난화로 2003년의 살인 폭염이 더 자주 찾아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를 입증하듯 프랑스에서는 이달 중순부터 섭씨 35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파리에서는 27~28일 74세. 81세.95세 노인이 집에서 더위로 숨진 채 발견됐다. 이탈리아에서도 연일 35도를 넘는 날씨로 16명이 사망했다. 프란체스코 스토라체 이탈리아 보건장관은 "노약자 등 더위에 취약한 100만 명이 위태롭다"며 특별경계령을 내렸다.


여기에다 이탈리아 국립통계청은 27일 "2003년 폭염 당시 사망자 수가 추정치보다 두 배 이상 많은 2만 명"이라고 공식 발표해 폭염에 대한 공포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올해 상황이 2년 전 폭염 때보다 더 나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독일 일부 지역은 지난주 후반 섭씨 36.2도의 기록적인 무더위를 기록했다. 칼스루에의 디아코니병원 의사 마루쿠스 하우버 박사는 "심장질환자는 무더위를 견디지 못한다"며 "평소보다 2~3배의 환자가 병원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