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자들은 약 1200년전 해저로 가라앉은 고대 이집트 도시 헤라클레이온의 이름이 새겨진 거대 석비(石碑)를 최근 지중해 해상(海床)에서 인양했다고 7일 발표하면서 이는 헤라클레이온의 진기한 보물들을 발굴하는 첫 단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국제 헤라클레이온 유물 발굴단 단장인 프랑스의 아마추어 고고학자 프랑크 고디오는 이날 파루크 호스니 이집트 문화장관이 동석한 가운데 알렉산드리아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잠수부들이 알렉산드리아 동쪽 근해 해저에서 선박 10척의 잔해와 핑크빛 화강암 석상 3점, 흑색 화강암 석비 2점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금융 컨설턴트로 일한 바 있는 고디오는 "이들 새로운 고고학적 발견, 특히 석비는 현재 알렉산드리아 동쪽 해저에 가라앉아 있는 도시가 바로 헤라클레이온임을 확인시켜주고 있다"고 말하면서 이 두 석비중 작은 것에는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로"헤라클레이온-토니스"란 글자가 쓰여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로 6m, 세로 3m인 큰 석비는 15조각으로 부서진채 해상에서 발견됐으며 이들 조각을 모두 합치면 무게가 10t이나 된다면서 이는 여태까지 지중해 해상에서 발견된 가장 거대한 비석들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 큰 석비에도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와 고대 그리스어로 된 글씨가 새겨져있으나 아직 해독(解讀)이 끝나지 않은 상태이다.

석상 3점은 나일강 홍수를 주관하는 여신 하피의 상, 한 파라오의 상, 그리고한 여신상이다. 이들 석상은 프톨레마이오스 시대의 상형문자가 새겨지고 아몬 여신에게 바쳐진 한 장밋빛 화강암 성소(聖所)의 잔해부근에서 발견됐다고 고디오는 밝혔다.

이들 석상 3점은 석비 2점과 함께 알렉산드리아에 있는 이집트 정부 고대유물처리 실험실로 보내져 소금기 제거 작업을 받은뒤 오는 2003년에 국제 순회 전시에들어갈 예정이다. 국제 순회 전시의 세부내용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약 1200∼1300년전 지진으로 인해 헤라클레이온과 그 부근의 카노푸스와 메노우티스 등 3개 도시가 바다밑으로 가라앉았다.

이들 도시의 존재는 고디오 팀이 지난 해 수심 6∼9m의 이집트 북부 해안일대를 2년간 탐사한 끝에 발견해냈다고 발표하기 전까지는 고대 그리스 비극작품들과고대 여행기, 그리고 전설을 통해서만 알려져왔다.

고디오 팀은 작년에 그들이 고대 이집트ㆍ그리스 석상들의 일부와 비잔틴 금속화폐, 석관 1개를 발견했으며 이것들이 바로 잃어버린 도시 헤라클레이온과 메노우티스의 유물들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들 석상중에는 이시스 여신상의 무게 300㎏짜리 동체부분, 이집트-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세라피스신의 흉상이 포함되어있다. 문제의 석관은 BC 5세기의 것으로확인됐다.

BC 295년 건립돼 BC 1세기중 어느 때에 이상한 상황하에서 파괴된 고대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기념해 올해말께 문을 여는 현대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헤라클레이온 유물들을 영구 보존하는 후보지들중 하나로 고려되고 있다.

헤라클레이온의 여러 가옥들과 신전, 거대 석상, 항만 하부시설, 그리고 원형경기장 1개소는 지중해 해저에 아직도 놀라울 정도로 잘 보존되어있다. 발굴단이 발굴을 개시하기 전에 자기파(磁氣波) 등 현대 과학 기술을 이용하여 해저 유물지역의지도가 작성됐다. 헤라클레이온은 BC 331년 알렉산더 대왕이 고대 알렉산드리아를 건설할 때까지 번창하던 항구도시였다.

BC 450년 이집트를 방문한 고대 그리스 여행가이자 역사가 헤로도투스는 헤라클레이온에 대해, 그리고 헤라클레스에 바쳐진 이 도시의 신전에 대해 글을 쓴 바 있다. BC 63년부터 AD 23년까지 살았던 것으로 보이는 고대 그리스 지리학자 겸 역사가 스트라보는 이 도시의 지리적 위치와 그 다채로운 생활방식을 묘사했으나 세네카와 같은 다른 사람들은 이 도시 주민들의 도덕적 타락을 규탄하는 글을 남겼다.[알렉산드리아 APㆍAFP=연합]


<동아일보 2001/6/8>


* 아랑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3-04 2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