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자연음악을 듣게 된지 만 4개월쯤 되었나...
전 사실 음악에 대한 조예가 깊질 못하고 자연음악 역시 잘 알고 즐기고 있는 건 아니지요.
하지만 매일 아침 점심 저녁으로 밥 먹듯이 듣는 것도 사실이에요.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는 맑고 투명한 자연음악을 듣노라면 경쾌한 선율 만큼이나 새 희망과 기쁨이 솟아납니다.
그런데, 자연 음악 사이에 간간이 들리는 리라가 나올 때면 왜 꼭 이런 것이 들어있어야 할까 조금은 거북스러워 지곤 했답니다. 특히나 누구와 같이 있다가 리라 부분이 나오면 슬쩍 볼륨을 죽이곤 했지요.
혹시 테이프가 잘못 되어서 나오는 고장음이 아니냐고 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저도 웬지 불협화음처럼 느껴질 때가 종종 있었어요. 저 정말 무지하지요?
혼자서 차를 타고 가다가도 누가 들으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싶어 차유리를 닫거나 소리를 줄이거나...(앗, 비밀인데!)
부끄럽지만 저의 실상이 이런데, 어느 틈에 그 부분이 조금은 익숙해졌고 나름대로 가슴으로, 영혼으로 들으려 노력하게 되었지요. 처음처럼 그리 길게 느껴지지도 않고.
그런데 살다보면 마음의 상처를 받을 때가 있잖아요. 우울한 날은 우울한 음악이 위안이 되는 것 처럼.
그런 날은 리라를 더 잘 듣게 되더군요.
예를 들어... 엊그제 같은 날은 리라가 아주 필요한 날이었죠.
퇴근하면서 뒤뜰을 돌아보는데, 에구구...저의 먼 시골집에서 가지고 온 목단 중 하나가 뿌리채 뽑혀 던져져 있는 거예요. 막 벌어지기 시작해 큰 기쁨을 주었던 붉은 꽃송이는 꺾여지고. 말뚝도 하나 뽑혀져 있고.
얼마전 화가 난 누군가의 소행이겠지요? 어쩌면 누군가 저를 마구마구 미워하면서, 아니면 시위라도 하듯 그랬을까요? 망연자실...성선설이 맞을까, 성악설이 맞을까 고민, 분노와 슬픔 속에서 정말 궁금해지더라구요.
우선은 다시 제자리에 심고 다독여 주며 아픔을 위로해 주었어요. 마른 목을 축이도록 물을 주고.

흠...그리고 주변의 풀을 뽑아 주면서 저의 부족한 사랑에 대해 생각했지요.
아, 얼마나 일방적인 내 식의 아집이었던가!
얼마나 갈급한 사랑인가! 알지 못하는 가슴에 사랑이 없는 그 누군가...
꺾여진 꽃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올 때 저는 치유의 자연음악을 들었습니다. 놀라고 피로한 모란의 몸과 영혼에도 전해지길 바라면서. 거기에는 용서와 화해... 그리고 겸손을 일깨워주는 리라가 있었지요.
때로 슬픔에 잠기는 것이 저의 리라와 친해지는 법인가 봅니다.
제목 때문에 혹시 기대하셨던 분은 실망하셨지요?^^

아침에 보니 모란은 생생하게 살아 있었고, 그 옆엔 보라색 양달개비가 아침 이슬을 머금고 활짝 피어나 있었지요....이제 그런 일은 없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