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다가오는 것은 무엇이든지 자연스럽게 노래의 날개를 타고 오는 것처럼 하세요♡ - 대지의 천사 -
호젓한 숲가에
말론 할머니 혼자
가난하게 살고 있었네.
접시에는 빵 조각
난로에는 냄비 하나뿐
말동무 하나 없는
외롭고 쓸쓸한 생활.
벙거지와 목도리를 쓰고
숲가에서
땔감을 줍고,
밤이면 차가운 마룻바닥에
낡고 거칠한 천을 깔고
지친 몸을 뉘었네.
하지만 아무도 묻지 않았지,
할머니께서 어떻게 지내시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지,
할머니께서 어떻게 살고 계시는지.
늙고 가난한 할머니에게
아무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네.
어느 겨울, 월요일
흰 눈이 소복소복 내리고
발 소리마저 소리없이 묻히던 날
톡, 토독,
누군가 얼어붙은 유리창을
희미하게 두드리는 소리에
할머니는 가만히 창가로 다가갔네.
창가에는 조그만 참새 한 마리
파리한 모습으로 눈이 반쯤 감긴 채
부리마저 얼어붙어 있었네.
할머니는 얼른 창문을 열어
작은 새를 안으로 들이고,
살며시 품에 안고 쓰다듬어 주었네.
"작은 새야, 몹시 지치고 더러워졌구나.
여기에 네가 지낼 곳이 있단다."
화요일 아침,
할머니가 마른 빵을 먹는 동안
작은 새는 곁에서 부스러기를
콕콕 쪼아먹고 있었지.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건 얼마나 행복한가!)
그 때 바각바각 문기둥을 긁는 소리가.
웬 고양이 한 마리
문고리에 앞발을 걸치고 있었지.
몹시 배고프고 목마른 듯
나뭇가지처럼 앙상하게 여윈 몸으로
얼어붙은 눈길 위에서
야아옹, 야아옹, 슬피 울고 있었네.
할머니는 문을 열어 주고
수프를 따뜻하게 데워 주었네.
그리고는 여윈 무릎 위에 앉히고,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었지.
"이런, 가엾게도 뼈만 앙상하게 남았구나.
귀여운 아가, 여기에 네가 지낼 곳이 있단다."
수요일이 되자,
모두들 꺼칠한 깔개 위에 둘러 앉아
참새는 빵 부스러기를,
고양이는 멀건 죽을 받아먹고 있는데
숲 속에서
끼잉-낑 구슬픈 울음 소리가 들려왔네.
숲 속에는 어미 여우가
새끼 여우 여섯 마리를 데리고
힘없이 웅크리고 있었지.
퀭한 눈, 닳아 빠진 털,
꼬챙이처럼 말라 비틀어진 몸.
어미 여우도, 새끼 여우들도
헐벗고 굶주린 모습.
하지만 할머니는 기뻐 소리쳤지.
"오, 너무나 사랑스럽구나!"
할머니는 낡은 목도리로
여우들을 포근히 감싸 주고
가난한 자신의 양식을 나누어 주었네.
"어미 여우야, 어서 몸을 녹이렴.
돌덩이처럼 차갑구나.
여기에 너희 식구가 지낼 곳이 있단다!"
목요일에는
길 잃은 당나귀 한 마리가
터벅터벅 호젓한 숲가로 찾아왔네.
평생 무거운 짐을 진 당나귀는
등이 몹시 휘어 있었지.
금요일에는
시린 공기를 뚫고 하얀 고드름이 맺힐 무렵,
허기진 곰 한 마리가
산기슭으로 어슬렁어슬렁 내려왔지.
할머니는 언제나
모두에게 적으나마 먹을 것을 나누어 주었네.
"하느님께선 알고 계시지,
아무리 하찮은 생명도 살아야 한다는 것을."
꺼칠한 낡은 깔개와,
남루한 벙거지와 목도리,
빵과 찻주전자를
할머니는 모두에게 아낌없이 나누어 주었네.
"어느덧 하나 둘씩 우리 식구가 늘었구나.
하지만 아직도 한 마리쯤은 더 있을 곳이 있구나."
토요일 저녁,
끼니 때가 되었는데도
말론 할머니는 일어나지 않았네.
고양이가 야-옹 울고,
참새가 짹 째-잭 울고,
어미 여우는 말했네, 그냥 주무시게 두자고.
동물들은 할머니를 당나귀의 등에 태우고
숲을 지나 산으로 올라갔네.
밤새도록 걷고 또 걸어
일요일 동이 틀 무렵
동물들은 마지막 구름을 너머
천국의 문 앞에 이르렀네.
천국의 문지기 베드로가 묻기를,
"너희가 데려 온 사람이 누구냐?"
그러자 당나귀와 참새, 고양이와 어미 여우와 곰은
한 목소리로 외쳤네.
"천국에서 이 분을 모르십니까,
돌아가신 우리들의 어머니, 말론 할머니를?
가난하여 가진 것 하나 없고
집도 보잘것없고 좁았으나
그 넓고 큰 마음으로 우리 모두를 풀어 주신
우리의 어머니, 말론 할머니를!"
그 때 할머니께서 잠에서 번쩍 깨어나더니,
눈을 부비며 일어나
나지막이 소리내어 물었네.
"대체, 여기가 어디지?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게냐?
애들아, 어서 돌아가자꾸나.
여긴 내가 있을 곳이 아니란다!"
그러나 베드로가 말했네.
"어머니, 들어와 천사의 자리로 가십시오.
당신이 계실 곳이, 여기에 있습니다.
말론 할머니."
엘리너 파전 * 시
저는 이따금 강아지 밥주는 것이 귀찮을 때가 있는데.... ㅠㅠ 부끄러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