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오염물질의 영향으로 북극곰들이 양성화(兩性化)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BBC가 1일 보도했다.
북극해 스발바르섬의 생태계를 조사 중인 ‘스발바르 과학 포럼’은 이 섬의 북극곰 3000여마리 중 1%가 넘는 40마리에서 남성 및 여성 생식기를 함께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현상은 10년 전까지만 해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포럼은 덧붙였다.
과학자들은 북극곰 양성화의 원인으로 환경오염물질인 폴리염화비페닐(PCB)을 꼽았다. PCB가 북극곰의 내분비 체계에 변화를 가져와 생식기 이상으로 나타났다는 것. PCB는 전자제품 제작에 사용되던 화학약품으로, 여러 국가에서 사용이 금지된 지 오래지만 상당량이 생태계로 유출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노르웨이와 북극 중간에 위치한 스발바르에서는 PCB를 직접 사용한 예가 없으나, 남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유럽의 산업폐기물로부터 PCB를 이 섬까지 옮겨온 것으로 보고 있다.
스발바르 과학 포럼은 “플랑크톤, 생선, 물개, 북극곰으로 이뤄진 스발바르의 먹이사슬은 매우 단순하다”며 PCB 및 기타 환경오염물질의 근원을 추적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세계야생동물기금(WWF)의 엘리자베스 솔터는 “PCB, 디디티, 다이옥신 등에 의한 양성화가 북극 갈매기에도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환경오염물질에 의한 생태계 파괴를 우려했다.
<조선일보 2000/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