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간지 비지니스위크 최근호는 ‘바이오 침략’이라는 특집기사에서 급속한 세계화와 더불어 가축전염병도 빠르게 전파되, 대형참사로 인한 막대한 피해가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가축전염병으로 이미 피해를 입은 나라들은 막대한 고통과 경제적 비용을 감수해야 했다.

영국은 1980년 이래 광우병 파동을 겪으며 쇠고기 수출이 막히는 등 60억 달러의 손실을 봤다. 뿐만 아니라 수년내 십여만명의 사람도 이 병으로 인한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만은 1997년 구제역으로 돼지 380만 마리를 도살, 15억 달러의 손해를 입었다. 구제역은 올해 한국과 일본을 덮쳐 소 35만마리가 도살됐다. 멕시코의 뉴캐슬병, 미국에서의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 창궐도 큰 피해를 주고 있다.

하지만 이는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국제 교역과 관광이 폭발적으로 증가, 오지의 병원체가 대도심으로 전파될 가능성이 위험수위를 넘었다는 것. 게다가 가축전염병의 70%는 사람도 감염시켜 막대한 인명피해를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AIDS나 에볼라 바이러스는 동물에서 인간으로 옮겨졌다는 게 정설이다.

현재로서는 국경을 넘나드는 병원체를 일일이 발견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예산과 인력이 부족해 전세계적으로 수화물의 5%밖에 검역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엄격한 검역 기준을 적용할 경우 수출국이 이를 무역장벽으로 인식해 마찰을 빚기 쉽다. 고의에 의한 ‘농산물 테러’도 골칫거리. 가축전염병은 저비용에 특별한 기술이 필요없는 데다 추적하기도 어려워 1차대전 이래 효과적인 테러 수단으로 쓰여왔다.

미국의 노력은 본받을만 하다. 미 하원의 농업위원회는 검역 실험실 자금 확대 법안을 상정했다. 미 농무부는 긴급상황에 대비한 프로그램을 준비중이다. 하지만 완전한 검역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 시간, 인원을 고려한다면 이제 걸음마에 불과하다. 이 모든 노력에 농업의 미래가 달려있는 것이다.


<조선일보 2000/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