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질문명 때문에 지구가 깨지게 생겼어요.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으로 경쟁만을 부추기는 자본주의가 막판에 와 있음을 직감합니다. 경쟁과 힘의 논리를 앞세워 아랍과 석유를 독차지하려는 미국의 저 이라크 공격을 보면서 이대로 가다간 모든 목숨들의 터전인 지구가 깨질 터, 모두를 살릴 수 있는 생태적인 패러다임이 나와야 함을 절감해 잡지도 창간하고 새 연재소설에도 매달리고 있습니다."
합리주의·자본주의에 의해, 분업·전문화에 의해 삶의 총체성이 사라지고 부분부분 조각난 우리 삶의 숨통을 트며 터전을 넓히자는 것이다. 그러려면 피동적인 물질과 능동적인 생명의 차이를 잘 알아 생명의 질서인 생태계의 흐름을 배타적 흑백논리와 지식으로 막지 말고 터줘야 한다는 것이다.
"생명은 자연과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이 있어야만 살아갈 수 있습니다. 다른 생명을 먹고 살아야 하는 먹이사슬의 이율배반이 생명의 본질이고 원죄입니다. 우주도 모순에 의해 생성됐고 생명의 본질도 이와 같이 이율배반적일진대 어찌 기존의 이분법적 지식으로 생명의 본질과 흐름을 찾을 수 있겠습니까."
자연에서 배운 우주적 질서는 모순이다. 합리에 배척되는 이것저것 다 쳐내며 모순을 없애고 명쾌한 답변을 주는 게 지식이다. 모르는 것은 없는 것으로 해버리고 걸리적거리는 것은 치워버리는 것이 지식이기에 그 세계는 너무 작고 좁으니 모순을 껴안으면서 우주적 생태의 시각으로 우리 삶의 지평을 넓히자는 것이다.
"해방 이후 지도자 중 우주는커녕 우리 국토·민족을 한눈에 전망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반도 곳곳이 잘려먹히고 사회 각 부문에서 갈등이 폭발하고 있지 않습니까. 또 그런 부문을 그 부문의 그 시각에서 다루려 하니 지도자도, 인간들도 자꾸 왜소화하고 있어요. 숨통을 트기 위해선 사회도 생명체로서 순환한다고 보고 흐름을 자연스레 터주는 총체적 시각이 지도자에게 필요한 시점입니다."
4.21일 중앙일보 박경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