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최악 엘니뇨 재앙 오나
[국민일보 2005-04-13 21:42]
“엘니뇨가 돌아온다.”
최악의 기상재해 요인으로 꼽히는 엘니뇨가 올해 다시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3일 보도했다. 1997∼98년 무려 960억달러(약 97조원)라는 엄청난 재산 손실을 가져온 엘니뇨가 재출현할 경우 전세계적 기상이변이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발생 조짐=20년 이상 엘니뇨 패턴을 연구하면서 호주 역사상 최악이었던 2002년 엘니뇨를 예견했던 호주 서던퀸즐랜드대학 로저 스톤 교수는 “올 중반기에 엘니뇨가 발생할 가능성은 약 50%”라며 “이는 보통 20% 정도였던 예년에 비해 배 이상 높은 것”이라고 말했다.
스톤 교수는 근거로 지난 2월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타히티에서 호주에 이르는 지역의 기압이 22년래 최저로 떨어진 사실을 들었다. 이는 1997∼98년과 유사한 상황으로 당시 이런 현상은 역대 가장 강력한 엘니뇨로 발전,지구촌에 막대한 피해를 안겼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 예상되는 엘니뇨는 전보다 더욱 강력할 것으로 스톤 교수는 우려했다. 보통 적도 부근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균치에 비해 2도 높을 때 가뭄이나 토네이도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지난 6일의 경우 평균치보다 4도나 높았기 때문이다.
◇1997∼98년이 최악=1982∼83년에 발생한 엘니뇨는 130억달러의 재산 피해와 2000명의 인명 피해를 초래했다. 당시 최대 피해국인 페루의 경우 예년 평균 강수량 150㎜였던 지역에 무려 3300㎜의 비가 쏟아져 홍수 피해가 엄청났다. 역대 최악으로 꼽히는 1997∼98년 엘니뇨는 지구촌 전역을 극심한 홍수와 태풍,가뭄,산불 등으로 몸살을 앓게 했다. 당시 최대 피해 지역은 아프리카,남미 등의 저개발국가였다. 평상시 비가 적게 오던 에콰도르 칠레 페루 등 남미 국가의 해변 지역은 홍수로 수백만명이 사망하면서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됐고,반대로 호주와 인도네시아에서 심한 가뭄이 든 것도 엘니뇨 때문이었다.
◇천의 얼굴 엘니뇨=원래 페루와 에콰도르 연안의 어민들은 12월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난류가 유입되면서 평소 구경하기 힘든 난류성 어종을 많이 잡을 수 있음을 감사하게 여겼다. 이곳의 고수온 현상을 ‘크리스마스에 오는 아기예수’란 의미의 엘니뇨로 부르게 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러나 10년에 두세차례씩 수온이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면서 가뭄이나 홍수,태풍이나 폭염 등 지역적으로 극심한 편차를 보이며 다양한 기상이변을 초래,엘니뇨는 재앙의 의미가 더욱 강해졌다. 엘니뇨가 초래하는 다양한 기상이변은 농작물을 비롯한 산업 전반에 심대한 타격을 입힌다.
엘니뇨는 흔히 지구 온난화 현상이 유발하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최근 미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 우주연구소의 제임스 한센 박사는 “올해 온실효과와 엘니뇨 현상이 상호 작용을 일으키면서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1998년의 경우 세계 평균 기온은 14.54도로 역사상 가장 더운 해로 기록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