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다가오는 것은 무엇이든지 자연스럽게 노래의 날개를 타고 오는 것처럼 하세요♡ - 대지의 천사 -


할머니의 아버지 이름은 '갈색매(브라운 호크)'였다. 할머니의 말씀에 의하면 그분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차츰 세상 만물을 깊이 이해하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래서 나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한번은 할머니가 아주 어렸을 때의 일이었다. 갈색매는 마을의 산에서 자라는 흰 떡갈나무들이 몹시 흥분해 있고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하면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갈색매는 평소에 산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고 또 흰 떡갈나무 숲으로 자주 산책을 다녔다. 그 나무들은 키가 크고 줄기가 곧았으며 무척 아름다웠다. 또한 이기적이지 않았다. 산에서 사는 뭇짐승들의 먹이를 대주는 감나무나 히코리 나무, 밤나무들이 자기네들 틈에서 한데 어울려 살도록 자리를 내줄 만큼 마음이 넓고 너그러웠다. 이렇게 이기적이지 않은 태도를 지닌 탓으로 떡갈나무들은 하나의 영혼을 갖게 되었고, 그 영혼은 크고 강해졌다.

할머니의 아버지 갈색매는 흰 떡갈나무들이 너무나 걱정이 되어 밤에도 나무들 주위를 거닐곤 했다. 뭔가 좋지 않은 일이 닥치리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해가 산 능선 위로 고개를 내밀 때쯤 해서 갈색매는 백인 벌목꾼들이 흰 떡갈나무 숲을 분주히 오가는 광경을 목격했다. 그들은 베어낼 나무마다 금방 알아볼 수 있도록 표시를 하면서 가장 효과적으로 나무를 베어낼 방법을 궁리하고 있는 중이었다. 갈색매의 말에 의하면 얼굴 흰 사람들이 그곳을 지나자 흰 떡갈나무들은 슬피 울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갈색매는 밤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갈색매는 주의 깊게 벌목꾼들을 지켜보았다. 다음날 그들은 차가 다닐 수 있게 떡갈나무 숲이 있는 곳까지 도로를 닦았다.

갈색매는 체로키 부족에게 이 사실을 전했으며 이에 그들은 흰 떡갈나무들을 위기에서 구해 주기로 결심했다. 그리하여 밤에 벌목꾼들이 산을 떠나 읍내로 돌아갔을 때 사람들은 산으로 올라가 도로를 마구 파헤치고 또 차가 다닐 수 없도록 도로 한복판에 깊은 구덩이들을 파놓았다. 여자와 아이들까지도 이 일에 힘을 합했다.

이튿날 아침 다시 산으로 올라온 백인 벌목꾼들은 망가진 도로를 고치느라 하루를 다 허비했다. 그러나 밤이 되자 체로키 사람들은 다시 도로를 파헤쳐 버렸다. 이런 일이 이틀이나 더 계속되자 참다 못한 벌목꾼들은 총을 든 경비를 세워 밤에도 도로를 지키게 했다. 그러나 몇 사람이서 모든 도로를 다 경비할 순 없었으며, 체로키 사람들은 감시의 눈이 닿지 않는 곳마다 골라가며 나타나서 도로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이것은 몹시 힘겨운 싸움이어서 며칠을 하다 보니 체로키 사람들도 지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벌목꾼들이 도로를 고치고 있는데 갑자기 거대한 흰 떡갈나무 한 그루가 그들이 몰고온 차위로 쓰러져 버렸다. 그 바람에 노새 두 마리까지 깔려 죽고 차는 완전히 파손되었다. 그 흰 떡갈나무는 아직 싱싱하고 건장해서 전혀 쓰러질 이유가 없었는데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이에 벌목꾼들은 도로를 내는 일을 포기했다. 거기다 봄비마저 내리기 시작했고.... 그들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달이 꽉차 환한 보름달이 되었을 때 흰 떡갈나무들은 노래를 부르고 서로서로 가지를 비벼댔으며 체로키 사람들을 어루만져 주었다. 나무들은 다른 떡갈나무들을 구하기 위해 자기 목숨을 바친 그 흰 떡갈나무를 기리는 노래를 불렀다. 할머니는 그때 크나큰 감동을 받아 그곳의 산을 떠난 다음에도 그 감동이 오래도록 마음 속에서 메아리쳤다고 했다.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시애틀 추장 외 여러 명의 인디언, 정신세계사
Image : Kimiko Umekawa - 爛漫(らんまん)(http://www.umenyan.com/)

출처 : http://blog.naver.com/praktike/2000626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