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부탁
알 마문이라는 사람이 아름다운 아랍 말을 한 마리 가지고 있었다. 이웃 부족인 오마라는 사람이 그 말을 무척이나 사고 싶어 말 대신에 낙타를 여러 마리 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알 마문은 말과 헤어지고 싶지 않아 오마의 제안을 거절하였다. 화가 난 오마는 어떻게 해서든지 말을 빼앗겠다고 생각을 했다.
알 마문이 일정한 시간에 일정한 길로 말을 타고 다니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오마는 깊은 병이 든 거지처럼 변장을 하고선 길가에 누워있었다. 말을 타고 가던 알 마문이 길가에 쓰러져 있는 병든 거지를 보았다. 마음이 착한 알 마문은 거지를 불쌍하게 생각하여 병원까지 데려다 주려고 말에서 내렸다.
"며칠 째 굶어서 일어설 기운도 없습니다."
거지의 말을 들은 알 마문은 거지를 부드럽게 붙잡아 일으켜서 말에 태운 뒤 자기도 올라타려고 했다. 그 때 거지로 변장한 오마는 안장에 올라앉기가 무섭게 냅다 말을 몰고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한 순간에 말을 빼앗긴 알 마문은 그 뒤를 쫓아가며 제발 좀 멈추어달라고 외쳤다. 오마는 안전한 거리가 생긴 뒤에야 말을 멈추고서 뒤를 돌아보았다.
"자네는 내 말을 훔쳤어. 하지만 자네에게 한 가지 부탁이 있네."
"그게 뭐요?"
"자네가 어떻게 그 말을 가지게 되었는지를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아 달라는 걸세."
"왜요?"
"언젠가는 정말로 아픈 사람이 길가에 누워있을지도 모르는데, 만일 자네의 속임수가 알려지면 사람들이 그를 그냥 지나쳐 버리고 도와주지 못하게 될까봐 그러네."
내가 읽은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고 있었다. 하기야 더 설명이 필요 없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읽는 자의 몫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잠시 궁금했던 것은 알 마문의 마지막 말을 들은 오마가 어떻게 했을까 하는 것이었다. 자기의 잘못을 깨닫고 알 마문에게 말을 돌려주었을까, 아니면 못들은 척 하고 도망을 치고 말았을까, 이야기 속의 오마가 아니라 만일 내가 오마였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속임수로 자기 말을 빼앗아 달아나는 자를 쫓아가 그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하고 있는 알 마문, 그가 부탁하고 있는 내용이 마음을 뭉클하게 한다. 비록 상대가 나쁜 일을 하고 있지만, 자신을 통해 나쁜 일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게 하려는 마음이 감동으로 다가온다.
향나무는 자기를 찍는 도끼 날에 향을 묻힌다는 말이 있다. 때때로 세상이 나를 실망시킬 때에도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내가 그것을 막는 것, 그것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길이었다. (2003.7.21)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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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님들,
늘 감사합니다.
메리크리스마스!
성탄 전야에 의미있는 이런 글을 읽을 수 있게 배려해 주신 우리들의 형옥님 감사드려요.
진정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사랑과 자비를 베풀며 살라는 말씀이죠?
속이는 사람들이 있어 정말로 도움을 받아야 할 사람들마저도 못받게 되는 예는 많겠죠.
말을 빼앗기면서도 그리 될 것을 먼저 걱정한 알 마문의 섬세한 사랑의 정신이 감동적입니다.
향나무는 자기를 찍는 도끼 날에 향을 묻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