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햇콩으로 메주를 만들어 두었던것이 겨우 내내
알맞게 잘 숙성되어 있었습니다.
이것을 가지고 몇일전에 장을 담구었습니다.
음력으로 날을 잡으면 구정인 설을 보내고 곧 담았어야 하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이제서야 담게 되었지요.
참 못난 제 영혼은 늘 이렇게 또 후회합니다.
장을 담그고 난 후 따스한 차를 한잔 하면서 이렇게 저렇게
돌아 보았습니다.
숙성된 예쁜 메주처럼 나 자신을 잘 다스려 성숙한 인간미로 살았는지를
보았을 때, 참 덜된 인간이다 싶었습니다.
백설처럼 하얀 소금의 결정체는 순결한 빛을내고
물속에서는 그 진한 진액을 남겨주며 자기를 다지고 다져
인고의 고통을 견딘, 진정 순수하고 깨끗한 짠맛의 소유자...
나 자신은 진정한 소금의 역활을 하며 살았던가를....
결코 아니었습니다.
맑은 샘물의 흐름은 실크처럼 부드러우면서 강인함,
그는 만물을 생기있게 살려주는 생명수의 진실함....
끝없이 낮추어 가는, 그리고 순리를 거스리지 않고 흘러가는 모습을 볼 때,
어디까지 나를 낮추고 겸손 했던가?
부끄럽습니다.
참숯과 빨간 고추에서 보았습니다.
아.... 뜨거운 용광로의 불길 속에서 밑 바닦 까지 저려지는
고통의 아픔을 견디며 부활한 시꺼먼 참숯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
파종된 봄 부터 여름의 뜨거운 태양볕을 감사히 받아 들이고
가을을 맞아 결실을 맺은 붉은 고추에서 숭고한 성숙함을 보았습니다.
저는 이들로 인해 저의 인생 여로를 뒤돌아 보았습니다.
예쁜곳은 조금밖에 없는 미운 투성이의 여로.... 흙 투성이....잘 나지도 못함을요.
배워도 배워도 끝이 없는
대자연의 진한 사랑과 순수함과 진실함을 보았습니다.
참으로 부끄러웠습니다.
항아리....
이모든 것을 포용한 대자연 ....
이제 달포가 지나면 이들은 하나가 되어갑니다.
함께 어울려진...아름다움으로 숙성되어
나머지 마지막 남은 사랑까지도 거져 줄것입니다.
그리고 저와 가족의 영,육을 위하여 맛있는 된장과 간장으로 태어나
새로운 부활을 맞이 할것입니다.
저도 이들처럼 조금이라도 더 포용하고 순수해지고 싶군요.
나의 못나고 딱딱한 껍질을 벗고서
진정한 부활의 기쁨을 맞이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