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숲으로 들어간다.
아침의 파리한 기운은 나를 떨림이 있는 숲속으로
안내하고 입구에서 조금 들어가면 길은 곧 왼쪽으로
구부러져 풀섶 이슬 방울들에 마른 것들은 다 젖고..

작은 호수 하나가 하늘을 집어넣고 있는 주위엔
수많은 나무들이 마치 비밀의 숲인 양 높이 치솟아
이파리들을 흔들고 있지만 안개가 서서히 걷히면
나무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다만
언젠가 잃어버린 듯한 소리들만 숲 주위를 맴돌고 있다.

조금 더가면 높은 언덕이 나오고
그 위엔 지붕높은 하얀 집이 있다.
창문을 높이 단 그 집은 새들의 집이다.
새들이 그 집을 자주 드나드는 것은
창문이 높이 달려있기도 하지만
꼭 숲속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나는 그 방에서 내가 숲이 되고 새가 되는 꿈을 꾼다.
어느 날 숲엔 낯선 새들이 무수히 날아들었다
그리고 알아들을 수도 없는 소리들을 늘어놓았다.

숲 안엔 아직도 둥지를 틀고 있는 새들이 많이 있었고
어린 새들은 숲을 벗어나면 또 다른 숲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다만 이 울타리를
벗어나면 무언가 되돌아 올 수 없는 불안한 느낌들에
선듯 숲을 벗어날려고 하지 않는다.

또 어느 날엔 숲 밖의 새들이 유영하다 일제히 어디론가
빠져나간 자리로 수 많은 새들이 따라 나간 적이 있었다.
숲을 떠난 새들은 저들끼리의 해방감에 젖지만 그것은
또 어떤 속박에서의 일탈을 의미하기도 하리라.

그러나 대부분 새들은 곧 돌아오고
돌아온 새들은 구속된 숲속에서의 자유로운 사랑을
꿈꾸지만 언젠가는 내 품을 떠나 날아 갈 새들을 위해
오늘도 나는 숲을 열고 있는 것이다.

어떤 그리움과 숨겨주고 싶은 비밀스런 숲
때론 너무 높아 감히 쳐다 볼 수도 없는 숲
하지만 늘 밖을 향해 열려있는 내 안의 숲
.
.
밤이면 나는 마른기침을 하고
입에선 새털들이 한 웅큼씩 빠져나간다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들은 자꾸만 커져
내 가슴에 거대한 울림의 숲을 만들고
그 숲속에서 새들은 둥지를 틀고 날개짓하며 하늘을 향해
언제나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